사는 게 신나서
류 병 숙
아저씨네 벌통의 벌들이
〈꽃가루 뭉치자, 꽃가루 뭉치자〉
이런 표어 내걸자
거미가 소문 듣고
그물코 그물코마다
〈헛발 디뎌라, 헛발 디뎌라〉
그걸 본 노린재도
아무도 못 들어오게
〈노린내 풍기자, 노린내 풍기자〉
이런 표어 내걸었대
사는 게 신나서.
《아동문학평론》2023년 가을호에 실린 이 동시를 나는 카페 《오늘의 동시문학》(2023.9.22)에서 봤다.
어떤 동시 전문가가 제목과 내용이 무슨 모스 부호처럼 동떨어져 있다고 했는데 나는 사는 게 신난다는 건 이런 거구나 생각하면서 내 나름의 댓글을 달았었다.
아~ 류병숙 시인 최고!!!
이런 시를 다 보여주다니요!
아~
이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북한 같은 나라들 아이들에게도
보여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 문화관광부에 동시국(局) 같은 걸 설치하자고 해서
널리 좀 알리면 좋겠네요.
잘 봤습니다.
보면서 가슴이 울렁울렁했습니다.
그랬더니 카페 주인으로 큰 상은 다 받아본 설목(雪木) 박두순 시인이 이렇게 맞장구를 쳐주었다.
"최고의 찬사네요.
나도 이런 찬사 한번 받아보고 싶네요. 질투 나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사는 게 신나면 얼마나 좋을까?
벌이나 거미, 노린재가 신나게 산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그 아이 자신도 신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는 왜 사는 게 신나지 않을까, 잔머리를 너무 굴리나? 괴롭히는 것들 때문인가? 여러 가지 생각도 했다.
그렇게 했는데 어젯저녁에 류병숙 시인이 문자 메시지로 알려 주었다.
선배님, 안녕하시죠?
지난번 카페에 소개된 제 동시 '사는 게 신나'를 어느 동요 작곡가가 동요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때 선배님께서 좋아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알려드려요. ^^
☞ 알림 : 이 노래를 들어보려면? 아래 오른쪽 다운로드 표시를 클릭한 다음 ▶표를 눌러 음악이 나오면 빈 화면 오른쪽 위 ─(최소화) 표시를 눌러 아래 악보나 위 동시를 보면서 동요를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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