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항구에서
돌아오라 아직 돌아오지 않은 자들아.
어쩌면 지금쯤 바람이 된 자들아.
흰 구름이 된 자들아.
언젠가 노을이 되어 떠나간 자들아.
아니, 아니 저 수심 깊은 곳에서
끝내 아직도 살아 울고 있는 자들아.
온 세상 붉은 단풍을 몰고 온 가을 한 계절이
여기까지 찾아와 기어이 너희들 안부를 묻고 있질 않느냐.
박남원 시집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었던 어느 날》(b, 2021) 77.
시인은 이 시를 가을 내내 걸어두고 있었습니다.
나는 간절해졌습니다.
내 가을은, 시인의 블로그에서 이 시가 그대로 걸려 있는 걸 확인하는 가을이 되었습니다.
이제 가을이 갔으므로
나는 시인이 지난가을을 잘 보냈기를, 올겨울에도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나는 이곳에서 늘 그렇게 지냈으므로 오래 머물기보다 서둘러 나의 곳으로 떠나고 싶어 한다는 얘기밖에 없어서, 그 얘기밖에는 남은 게 없어서,
편지를 하지 않더라도 섭섭해하지 않기를, 따듯이 지내기를, 굳이 다른 시는 말고 여전히 당신의 시를 쓰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항구는 시인의 것이므로 나는 내 사진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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