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생각하다
천양희
아침에 눈을 뜨면 시를 쓰지 않고는 살아 있는 이유를 찾지 못할 때 시를 쓰라는 릴케가 생각나고 나는 시작時作의 출발부터 시인을 포기했다 나에게 시인이 없어졌을 때 시를 쓰기 시작했다는 김수영이 생각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문학에서의 정치는 연주회장에 울리는 총소리와 같다는 스탕달이 생각나고 우리의 열망이 우리의 가능성이라는 새뮤얼 존슨이 생각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생각은 깊게 생활은 단순하게 하라는 워즈워스가 생각나고 오늘 나는 아름다움에 인사할 줄 안다는 랭보가 생각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는 움베르트 에코가 생각나고 나는 정의를 믿는다 그러나 정의에 앞서 어머니를 옹호한다는 카뮈가 생각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마지막으로 돈! 천국 외에는 다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는 신문 배달 소년의 응모시 한 구절이 아프게 생각난다. 어둠은 빛보다 어둡지 않다고 생각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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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1942년 부산 출생. 1965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마음의 수수밭』『오래된 골목』『너무 많은 일』『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새벽에 생각하다』『지독히 다행한』 등. 〈소월시문학상〉〈현대문학상〉〈만해문학상〉〈박두진문학상〉〈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 수상.
『현대문학』 2023년 10월호.
시를 쓰지 않고는 살아 있는 이유를 찾지 못할 때 시를 쓰라 (릴케)
나는 시작時作의 출발부터 시인을 포기했다 나에게 시인이 없어졌을 때 시를 쓰기 시작했다 (김수영)
문학에서의 정치는 연주회장에 울리는 총소리와 같다 (스탕달)
우리의 열망이 우리의 가능성 (새뮤얼 존슨)
생각은 깊게 생활은 단순하게 하라 (워즈워스)
오늘 나는 아름다움에 인사할 줄 안다 (랭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움베르트 에코)
나는 정의를 믿는다 그러나 정의에 앞서 어머니를 옹호한다 (카뮈)
돈! 천국 외에는 다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 (신문 배달 소년의 응모시 한 구절)
어둠은 빛보다 어둡지 않다 (이 시인)
이름 없는 신문 배달 소년의 응모시 한 구절은 잊히지 않는다.
잊히지 않는 이유는 생각하기조차 싫다.
어둠은 빛보다 어둡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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