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詩經》

by 답설재 2023. 10. 29.

《詩經》

  金學主 譯, 明文堂 2010

 

 

 

 

 

물수리(關雎)

 

 

구욱구욱 물수리는 황하 섬 속에서 우는데,

대장부의 좋은 배필, 아리따운 고운 아가씨 그리네.

 

올망졸망 마름풀을 이리저리 헤치며 뜯노라니,

아리따운 고운 아가씨, 자나 깨나 그립네.

그리어도 얻지 못해 자나 깨나 생각 노니,

그리움은 가이없어, 밤새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올망졸망 마름풀을 여기저기 가려 뜯노라니,

아리따운 고운 아가씨와 금슬 즐기며 함께하고 싶네.

올망졸망 마름풀을 여기저기 뜯노라니,

아리따운 고운 아가씨와 풍악 울리며 즐기고 싶네.

 

 

關關雎鳩 在河之洲

君子好逑

 

參差荇菜 左右流之

寐求之

求之不得 寐思服

悠哉悠哉 輾轉反側

 

參差荇菜 左右采之

女 琴瑟友之

參差荇菜 左右芼之

女 鐘鼓樂之

 

 

옛날에는 '후비(后妃)의 덕'을 노래한 것이라 보았다(毛詩·集傳). 그러나 아무런 선입관 없이 이 시를 읽을 때 우리는 이성을 그리는 시임을 직감할 수 있다. 굴만리(屈萬里) 교수는 신혼을 축하하는 시라 보았으나(釋義) 여기서는 끝까지 아리따운 아가씨를 그리는 젊은이의 연시(戀詩)라 보았다.

첫 장에서는 물가에서 물수리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자기의 좋은 짝이 될 아리따운 아가씨를 생각한 것이다. 이 남자는 좋은 집안의 젊은이로서 종묘에 제사 지낼 때 쓸 마름풀을 따러 강가로 나갔던 듯하다. 제2장에서는 마름풀을 찾으면서도 자기가 그리는 아리따운 아가씨를 생각한다. 자나 깨나 생각나는 절절한 연정이 넘친다. 제3장에서는 공상으로 비약하여 자기가 얻고자 하던 아가씨와 함께 즐겁게 살고 싶은 소망을 노래한 것이다.

이 시를 읽는 데 가장 문제 되는 점이 '관관저구(關關雎鳩)는 재하지주(在河之洲)로다' 하는 첫 구절과 '요조숙녀(女)는 군자호구(君子好逑)로다' 하는 주제와의 연결이다. 옛날에는 저구(雎鳩)가 암수컷의 구별을 엄히 하는 새니, 관관(關關)은 암수컷이 상화(相和)하는 소리이며 '저구(雎鳩)'는 나면서 정해진 짝이 있어 언제나 짝을 바꾸지 않고 함께 다닌다고 하며, 저구를 통하여 요조숙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전(毛傳)》과 《집전( 集傳)》 모두 이 첫 구절은 '흥(興)'이라 주를 달고 있다. '흥'이란 이미 설명한 것처럼 작자의 주관적인 연상작용은 있을지언정 반드시 객관적으로 어떤 비유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독자는 독자대로 또 다른 연상은 할 수 있을지언정 옛사람들이 설명하는 것처럼 억지의 설명을 붙일 필요는 없다. 이러한 예는 현대시에도 있다. 김소월(金素月)의 '풀따기'라는 시의 앞 두 단을 읽어보자.

 

우리 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랫바닥은

파아란 풀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

......

 

이 '관저(雎)'뿐만 아니라 《시경》에 나오는 '흥'이란 소월 시의 이 전단(前段)과 같은 것이라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제1편 '국풍(國風)' 제1 '주남(周南)' 첫머리에 나오는 시이다.

그대로 옮겨 써보았다.

끝까지 시경이 이런 것인가 싶어 하며 읽었다.

옛날에 읽을거리가 지금보다 적을 때는 이런 시들을 읽고 읽고 또 읽으면 세상사를 보며 저절로 이 시들 중 어느 부분이 생각나게 될 것이고 그 구절을 인용해서 이야기하면 설득력 있게 들릴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는 시경을 읽고 읽고 또 읽을 처지가 아니고 그러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결국 "나는 시경을 읽었다"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제4편 '송(頌)'의 제3 '상송(商頌)'에는 '오래 두고 나타남(長發)'이라는 시가 있고, 거기에는 '다투지 않고 서두르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고 부드럽지도 않게(不競不絿 不剛不柔)'라는 구절이 보였는데 오랜 옛날 중국 탕 임금 등의 덕을 칭송한 시였다.

다투지 않고 지지도 않고.

서두르지 않고 쉬지 않고.

강하지도 않고 부드럽지도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