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을 읽다가 꼭 기억해두고 싶은 부분을 보았습니다.
그림도 내 마음에 드는 것, 왠지는 모르지만 자꾸만 마음이 끌리는 작품, 그렇게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작품 몇 점을 골라서 잘 보고 찬찬히 나만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 정말 훌륭한 관람객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약 이십 년 전 호암미술관에서 조선백자전朝鮮白磁展을 했을 때인데요. '임금희씨 병甁'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정말 아름다운 백자 병을 따로 단독장單獨欌 안에 전시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중년 여성이 그만 이 병에 홀딱 반해 가지고는 거의 30분이 되도록 장을 빙빙 돌면서 영 떠나질 못하는 거예요.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이분이 일단 전시장 문을 떠났다가, 아무래도 아쉬워서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듯, 다시 한번 되돌아와 작품을 다시 살펴보는 모습이었습니다.(22)
제가 아는 분 가운데 일본인 교수로 중국 그림을 전공하는 분이 있는데, 이분이 참 그림을 꼼꼼히 봅니다. 안견(1400년경~2479년경?)의 <몽유도원도>라는 그림 아시죠? ...(중략)... 그 몽유도원도가 우리나라에 어렵게 전시되었을 때 바로 그 교수가 구경 왔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느냐 하면, 똑바로 서서 말입니다. (강사 : 두 팔을 벌려 보이며) 요만한 그림인데요. '헤' 하고 넋 놓고 좋아라 보기도 하고, 문득 고민이 생긴 듯 심각한 표정도 짓기도 하면서 말이지요. 그렇게 꼬박 다섯 시간을 제자리에 서서 보는 것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거워하는 것만 못합니다.(31~32)
- 나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쳤는가?
- 나는 어떤 방향의 교과서를 만들었는가?
- 나는 교장이었을 때 교사들이나 아이들에게 어떤 지침을 주었을까?
- 우리나라 교육은 지금 '대강' 혹은 '폭넓게' '많이' '얼른' 보게 하는 교육일까, '적게' '깊게' '자세히' 보게 하는 교육일까?
좋은 책입니다.
절판된 책이어서 중고서점에 알아봐야 합니다.
2010년에 초판 35쇄본을 구입했고 그러니까 잘 팔리는 책이었는데 왜 절판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컬러 사진(그림)이 여러 장 들어 있어서 책 찍어봐야 남는 것도 없기 때문일까, 별 생각을 다 하다가 '내 책도 안 팔리는데 남 걱정하는구나' 싶어서 그만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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