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녀석은 엄청 작았습니다. 방충망과 문틀 사이, 방충망을 설치한 회사를 믿고 당연히 그 틈이 없다고 생각해온 나로서는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그 틈새를 뚫고 거실로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지난여름 폭우 때였습니다.
이틀째 그렇게 들어왔고 나갈 때는 꼭 나를 성가시게 했습니다.
8월 10일 아침에는 아내가 "쟤 좀 내보내 주지?" 해서 아뭇소리 않고 내보냈습니다.
이튿날 아침. "쟤 또 들어왔네!"
이런! 녀석은 나가고 싶어서 창문을 향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습니다.
"그냥 둬버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워낙 연약해서 그렇게 몇 번만 더 뛰면 제풀에 죽어 나자빠질 것 같았습니다.
어쩔 수 없어서 곱게 싸서 또 내보냈는데 저렇게 쭈그리고 앉아서 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뭘 생각하는지...
다 생각할 때까지 기다려봤자 그걸 말해줄 리도 없어 그만 돌아서고 말았습니다.
'너무 지천하지 마세요! 올해는 다시 들어갈 일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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