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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차별' 그 유치함과 극악함

by 답설재 2022. 10. 12.

2018.4.27

 

 

"여기는 순종이든 혼혈이든 간에 인디언이라곤 한 사람도 없어. 게다가 너의 어머니 아버지는 정식으로 결혼하지도 않았어. 우리가 사생아를 받아들인 건 정말이지 네가 처음이다."

나는 할머니가 말해주신 것을 목사에게 이야기했다. 체로키들이 아빠와 엄마를 결혼시켰다고. 목사는 체로키가 한 일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하면서, 자기는 나에게 질문하지 않았노라고 화를 냈다. 그건 사실이었다.

목사는 그 모든 일에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자기 교단은 누구에게나, 심지어는 동물에게조차 친절한 게 신조라고 했다.

그는 나더러 교회 예배와 저녁 채플 예배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성경에 따르면 사생아는 어떻게 해도 도저히 구제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목사의 설교를 듣고 싶으면 들어도 좋지만, 교회 맨 뒤에 입을 다물고 앉아서 절대 예배 보는 데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 것은 나로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할아버지와 나는 천당 가는 그 모든 의식 절차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던 터였다.

또 그는 자기가 책상 위에서 본 서류에 의하면, 할아버지는 어린아이를 기르는 데 적합하지 않다, 내가 예의범절이라곤 하나도 배우지 못했을 게 확실하다고 떠들어댔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또 할아버지가 감옥에 다녀온 적도 있다고 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The Education of Little Tree』(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2016), 326~327.

 

 

2017년 4월, "모모"님(momo from La La Land)이 알려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 이 부분은 별도로 옮겨써두었습니다.

이렇게 해놓고 무슨 평등 사랑 자유 같은 걸 내세우는지 모르겠다고, 한번 멋진 글을 써보기로 했었습니다.

종교나 국가, 민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주제넘고 건방지고 어려운 일이라면 교육을 대상으로 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사생아라고 해서 사소한 차별이라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뭐 그럴 필요가 있겠나 싶게 되었습니다.

경청할 사람도 없고 그런 주장을 펼칠 힘도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구나, 생각만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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