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이야기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1》

by 답설재 2022. 10. 18.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1》

정서웅 옮김, 민음사 2009(41쇄)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를 찾아온 학생에게 자신이 파우스트인양 면담을 하고 있습니다. 악마는 어떤 존재인가 했더니 이런 인간입니다.

 

메피스토펠레스  (혼잣말로) 이젠 이 따위 무미건조한 말투에 진저리가 나는군.

             다시 악마 노릇을 제대로 해야겠는걸.

             (큰소리로) 의학의 정신을 터득하기란 쉬운 일이지.

             대세계와 소세계를 두루 연구하고,

             결국은 신의 뜻대로

             되어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거지.

             자네가 학문을 한답시고 싸돌아다녀도 별수없는 일,

             누구든 배울 수 있는 것만을 배울 뿐이라네.

             그러나 기회를 포착하는 자야말로

             진정한 남자라고 할 수 있지.

             자네는 제법 체격이 당당하고

             배짱 또한 부족한 것 같지 않으니,

             자네 스스로 자신감만 갖는다면,

             다른 사람들도 자네를 믿게 될 걸세.

             특히 여자 다루는 법을 배워두게나.

             계집들이란 줄창 아프다, 괴롭다,

             각양각색으로 하소연을 하지만

             딱 한 군데만 치료하면 낫게 돼 있은즉

             자네가 웬만큼 성실하게만 군다면

             계집이란 계집은 몽땅 수중에 넣을 수 있다네.

             무엇보다 학위를 하나 따내어

             자네의 의술이 어떤 기술보다 뛰어남을 믿게 해야 하네.

             다른 사람들이 수년 동안 겉만 쓰다듬던 온갖 소중한 부위를

             환영하는 기분으로 주물러대게나.

             맥을 짚는 법도 잘 배워야 하네.

             그리고는 이글대는 눈길을 능청스레 던지면서

             얼마나 팽팽히 죄었는지 알아보겠다는 듯

             날씬한 허리를 마음껏 잡아보는 거지.

학생    훨씬 알아듣기 쉽군요. 어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습니다.

메피스토펠레스  여보게, 이론이란 모두 회색빛일세.

             푸른 건 인생의 황금나무지.

 

노학자 파우스트, 끊임없이 노력해서 자아의 한계를 뛰어넘고, 신의 경지에 도달하고 싶었던 그가 그만 그의 영혼을 이 악마에게 팔지 않았겠습니까? "인간은 노력하는 한 헤매인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악마의 힘으로 변신해서 젊은이가 된 파우스트에게 홀딱 반해 몸과 마음을 바친 처녀 그레트헨은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그녀에게 오빠가 유언을 남깁니다.

 

발렌틴  나는 죽는다! 쉽게 한 말이지만,

            이보다 더 빨리 죽게 될 게다.

            그대 여인네들, 무엇 때문에 울고불고 야단이오?

            이리 다가와 내 말을 들어보오.

                                                           (모두 그의 주위로 다가간다.)

             그레트헨, 얘야! 넌 아직 어려서

             철이 들지 못했나보다.

             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다니.

             네게만 터놓고 하는 말이지만,

             이제 넌 창녀가 되고 말았어.

             그게 네게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그레트헨  오, 하느님! 오빠! 그 무슨 말씀이에요?

발렌틴  농담이라도 하느님을 입에 담지 말아라.

             유감스럽지만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는 법,

             앞으로 어떻게든 되어가겠지.

             한 녀석하고 은밀한 관계가 시작됐지만

             멀지 않아 상대의 수가 늘어날 것이고,

             우선 한 다스쯤 되었다가

             급기야 온 마을이 널 소유하게 될 게다.

             (......)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은 아름다운 여성은 마음까지, 끝까지, 아름다운 여성으로 남는 것일까요?

그 그레트헨은 죽어가면서도 파우스트를 사랑하고 믿고 구원해줍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 나는 누구에게(누구누구에게)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일까?

- 나에게도 메피스토펠레스가 있었을까?

- 나에게 속은 파우스트는 누구일까?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둥 중 하나라면 나는 아무래도 메피스토펠레스입니다.

 

 

 

댓글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