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도착했니?
조영수
카메라로 꽃을 찍어온 아빠
컴퓨터 화면에서
꽃의 얼굴을 고르고 있다
벌의 엉덩이에 가린 꽃
벌레를 곁눈질하는 꽃
햇살에 눈이 부셔 찡그린 꽃은
휴지통으로 옮겨진다
고르기를 끝낸 아빠가
휴지통 비우기를 클릭하는 순간
못난이꽃 얼굴들 다 돌아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향기를 두고 온
들로
산으로.
잘 도착했니?
선택받지 못한 것에 대한 시인의 눈길이 곱고 고맙습니다.
인간의 인간에 대한 눈길도 그래야 할 것입니다.
"잘 도착했니?"
- 어디에?
- 있던 그곳에? 들에? 산에?
그러다가 문득 저승 생각이 났습니다.
나에게 "잘 도착했니?" 하고 물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서러워지기 시작했고 곧 눈물을 글썽거리게 되었습니다.
"잘 도착했니?"
그런 시간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詩 읽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가림 「벌집」 (12) | 2022.10.07 |
---|---|
심창만 「무인 등대에서 휘파람」 (11) | 2022.10.05 |
원옥진 「마음 가다듬기 연습」 (9) | 2022.09.22 |
백석 「흰밤」 (8) | 2022.09.09 |
이영주「구름 깃털 베개」 (1) | 2022.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