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이가림
중학생 상렬이는
컴퓨터게임 속으로 들어가
야구방망이로 홈런을 치거나
공격해 오는 적들을 세상 끝까지 쫓아가
드륵 드르륵
총으로 쏘아 죽이느라
제 방에 갇혀
밥도 안 먹는다
그 녀석의 누나인
선이善伊, 아니 써니Sunny는
자율학습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PC방 즐비한 뒷골목에서
'일진회'의 끄나풀이 되어
돈도 빼앗고,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며
쏘다니다가
새벽 두 시 넘어
들고양이 새끼같이 제 방에 잠입,
살짝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
몰래 다시 빠져나간다
인생 최대의 달성 목표가
50kg 미만의 다이어트인
그 애들 엄마는
날마다
파라다이스공원에서
눈만 보이는 얼굴 가리개를 쓰고
파워워킹을 하느라,
새벽 일곱 시부터
헉헉 걷는다
이미 침針을 쏘아버린 웅봉雄蜂 같은
그 애들 아빠는
죽어도 침대에서 일어나
기어서라도
사무실로 가야 하는 것이기에,
오늘도
속 뒤집힌 숙취를 달래려
종합비타민 한 알
꿀꺽 삼킨다
아침마다
제 구멍에서 빠져나갔다가
저녁마다
제 구멍 속으로
무사히 귀환하는,
참 바삐 붕붕거리는
독립 만세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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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림 1943년 만주 출생. 1966년 『동아일보』 등단. 시집 『빙하기』『유리창에 이마를 대고』『슬픈 半島』『순간의 거울』『내 마음의 협궤열차』『바람개비 별』 등.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
2012년 5월호 월간 『현대문학』에서 옮겨써놓고 10여 년을 그대로 두고 보았으니 나도 참...
암기할 일도 없고 무슨 경전도 아니지만 나중에 또 읽어야지!
그건 그렇고, 슬퍼하거나 딱하게 생각하거나 그래야 내가 정상적인 인간이고 교사 출신다운 인간일 텐데 그렇지 못하고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걸 부끄러워해야 하나?
아니면 이게 우리의 현실이 아니냐고 외치고 주장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호소해야 하나?
교육부나 지역교육청 혹은 가까운 학교에 전화해서 이 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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