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이야기

이영주「구름 깃털 베개」

by 답설재 2022. 8. 30.

구름 깃털 베개

이 영 주

부드러운 광기로 가득 차 있어. 깃털 같은 광기. 아버지는 한동안 베개를 만들었는데 하얀 솜이 아버지라고 생각하니 내 마음에 깃털이 돋았지. 아버지, 인공 구름을 끌고 온 자. 인공 구름으로 가득한 베개를 베고 잠이 든다는 것. 나는 가끔 공중에 떠 있는 관에서 잠들었고 깨지 않았는데, 아버지는 내 머리맡에 흩어진 구름 조각을 세탁기에 돌렸지. 실패한 조각은 표백을 해야 한다. 나는 세탁기 통에서 돌돌돌 깃털이 돌아가는 표백인. 아버지는 듬성듬성한 내 깃털 밑에서 죽음을 연습하지. 지난 일주일 동안 죽었다고 하지. 부드러운 광기가 베개 안에 스며들고, 나는 남은 깃털이 모두 빠졌지. 깃털은 역시 인공으로 만들어야 한다. 부드러운 소재로 광기를 꾸며야 한다. 나는 표백인. 깨끗하고 실패했지. 아버지가 공중에서 내민 인공 죽음……

...................................................................

이영주 2000년 『문학동네』 등단. 시집 『108번째 사내』 『언니에게』 『차가운 사탕들』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 『여름만 있는 계절에 네가 왔다』.

『현대문학』 2022년 8월호.

 

 

 

 

 

 

다시 읽고 싶은 시를 보면 전에 만나던 아이들을 떠올립니다.
하나도 같지 않던 그 아이들
제각기 아름답던 그 아이들
다시 만나고 싶은 그 아이들

지금 어디서 무얼 하는지 그리운 그 아이들

아프지 말고 어려워도 참고 이겨낼 것으로 믿고 있는 그 아이들......

 

 

 

'詩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옥진 「마음 가다듬기 연습」  (9) 2022.09.22
백석 「흰밤」  (8) 2022.09.09
유선혜 「아빠가 빠진 자리」  (0) 2022.07.12
김보나 「러시아 거리」  (2) 2022.07.04
김승일 「현실의 무게」  (0) 2022.06.30

댓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