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앞에서 저 강아지가 네 박자로 짖고 있었습니다.
"왈왈왈왈 ○ ○ ○ ○ 왈왈왈왈 ○ ○ ○ ○ 왈왈왈왈 ○ ○ ○ ○ .............................."
나는 빵집을 나오자마자 바로 저 모습을 보았는데 강아지는 빵집을 향해 똑바로 서서 네 박자씩 줄기차게 짖어대고 있었습니다.
여기선 보이지 않지만 유모차 안에는 아기가 있었습니다.
- 이 강아지가 지금 어떤 생각으로 짖고 있을까?
- 자신이 주인보다 윗길이라고 여기고 강압적으로 명령하고 있는 걸까?
"뭘 꾸물거리고 있는 거야! 당장 나오지 않고!"
- 아니면? 애원조로?
'제발 빨리 좀 나오세요. 부탁이에요~ 초조해 죽겠어요. ㅜㅜ'
두 가지 중 한 가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짖는 모습이나 그 목청으로 보면 아무래도 "들어간 지가 언젠데 뭘 그렇게 꾸물거리고 들어앉아 있는 거야! 응?!"인 것 같아서 '그렇지만 그리 쉽게 나올 수 있을까? 그래, 어디 한번 보자' 하고 나도 그 뒤에 서 있었습니다.
내가 빵 봉지를 들고 나올 때 저 유모차를 갖고 온 젊은이가 들어갔으니까 빵을 고르고 계산하고 포장해주는 걸 받아서 순식간에 돌아 나오기가 그리 쉽겠습니까?
강아지는 목이 터져라 짖고 있어서 저러다가 무슨 탈이 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나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내 목이 결절될 일도 전혀 아니었습니다.
아기도 점잖게 앉아 있었습니다.
잠깐 그 표정도 살펴봤는데 아빠가 분명한 그 젊은이를 닮아서 의젓하기까지 했습니다.
강아지야 짖거나 말거나 쳐다보지도 않고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참만에 젊은이가 나와서 유모차를 끌고 저렇게 저 길을 유유히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짐승들에게는 영혼이 없는 걸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같잖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은 어떤 영혼을 갖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저것들에게 영혼이 없다면 그럼 우리 영혼도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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