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축사 앞에 서면 쳐다보기도 하고 설설 다가오기도 합니다.
무슨 말을 할 듯한 표정입니다.
- 왜 들여다봐?
- 심심한 것 같아서...
- 왜 그렇게 생각해?
- 거기 축사 안에서만 평생을 지내다가 가니까.
(도살장이란 단어를 꺼내는 건 어렵다. 저들도 안다.)
- 너희 인간들은 달라? 갇혀 살지 않아?
- 글쎄, 우리는 멀리 여행도 가고... 그러잖아. 달나라에도 가잖아.
- 그게 대단해? 속담에도 있잖아. 오십 보 백 보...
- 오십 보 백 보... 그야 그렇지. 그렇다면 할 말이 없네.
나는 저 어미소와 아기 소(송아지)도 바라봅니다.
어쩌면 저리도 다정할까요?
저 앉음새의 사랑 속에 온갖 사연이 다 들어 있겠지요?
나는 축사 앞을 지날 때마다 들여다봅니다.
자꾸 나 자신을 보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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