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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영혼 ② 저 소 눈빛 좀 봐

by 답설재 2022. 9. 11.

 

 

 

내가 축사 앞에 서면 쳐다보기도 하고 설설 다가오기도 합니다.

무슨 말을 할 듯한 표정입니다.

 

- 왜 들여다봐?

- 심심한 것 같아서...

- 왜 그렇게 생각해?

- 거기 축사 안에서만 평생을 지내다가 가니까.

 (도살장이란 단어를 꺼내는 건 어렵다. 저들도 안다.)

- 너희 인간들은 달라? 갇혀 살지 않아?

- 글쎄, 우리는 멀리 여행도 가고... 그러잖아. 달나라에도 가잖아.

- 그게 대단해? 속담에도 있잖아. 오십 보 백 보...

- 오십 보 백 보... 그야 그렇지. 그렇다면 할 말이 없네.

 

나는 저 어미소와 아기 소(송아지)도 바라봅니다.

어쩌면 저리도 다정할까요?

저  앉음새의 사랑 속에 온갖 사연이 다 들어 있겠지요?

 

나는 축사 앞을 지날 때마다 들여다봅니다.

자꾸 나 자신을 보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