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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시력視力지키기

by 답설재 2022. 9. 2.

 

 

 

1, 2는 그렇다 치고 핵심이라면 컴퓨터나 스마트폰, 책 같은 걸 들여다보다가 30분쯤 지나 창밖 좀 내다보면 시력 보호에 좋다, 자주 듣고 잘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눈을 혹사시켰습니다.

어느 날 동네 운동장에 걸어내려갔다가 시야가 부옇게 흐려 마치 안개가 낀 것 같아서 '뭐지?' '왜 이러지?' 하고 눈을 닦고 바라보고 또 눈을 닦고 바라보고 하다가 '내가, 내 눈이 왜 이렇게 됐지?'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온갖 '외로움'이나 '어려움'이 있어도 눈만 있으면 마지막까지 책은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러면 됐다는 것이 내 '서러운 다짐'이었는데 그것마저 허용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암담했습니다.

증상은 간단히 판명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그 백내장이라는 것이고 당장 맹인이 되진 않는다고 했는데 그래도 하루하루가 초조하고 그 안개는 점점 더 짙어지고 책을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해서 서둘러 수술을 해버렸습니다.

눈 문제여서 수술 후 관리가 성가셨습니다.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먼 곳 안개는 걷혔지만 이젠 책도 컴퓨터도 상품 표시도, 무엇이든 잔잔한 것은 돋보기 없이는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게다가 눈앞에 마치 물리학자들이 찾아놓은 우주 공간의 별들처럼 수백수천의 검은 점들이 생겨났고 눈동자를 움직이면 그것들도 이쪽저쪽으로 춤을 추며 몰려다녔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 점들이 진짜 별들처럼 빛나진 않고 그저 검을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진짜 별들처럼, 말하자면 시골 밤 그 은하수 이쪽저쪽으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그 별들처럼 영롱한 것들이 떠다닌다면 나는 늘 별구경은 잘하며 살아가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해가지고는 책을 읽거나 하는 데에는 장애가 극심할 것입니다.

안과 병원 복도에서 "시력을 지키는 1-2-3-4-5 생활습관" 저 지침을 보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지키는 게 더 좋다는 건 알지만 속이 상합니다.

눈도 지키기는 쉽고 망치기도 쉽지만 복구는 영 불가능한 것 중 하나입니다.

밤새워 책을 읽던 날들이 그립습니다.

봄밤, 여름밤, 가을밤, 겨울밤, 그 밤들은 이제 영영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