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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나의 독자 "따뜻한"

by 답설재 2022. 7. 5.

 
 

따뜻한 2022.07.04 21:06

 

얼마 만에 온 걸까요. 십 년도 넘었나 봅니다. 그 시절의 제 목소리는 제법 날이 서 있고, 결기도 느껴집니다. 젊은 제가 나이 든 제게 힘을 주었습니다. 그 힘으로 오늘 1학기 말 교육과정 평가회 3회 차 중에서 첫 날을 이끌었습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그 시절 그 생각을 지금까지 이어가는 셈입니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생각하고 있는 줄도 몰랐던 제 생각이 논리와 명분이 제대로 담긴 글과 실천으로 펼쳐진 이곳이 참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존경스럽고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분발했고, 열심히 공부하고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 말이 남아있는 이 블로그에 오래 머무르고 있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선생님의 최근 글을 읽습니다. 쓸쓸합니다. 거슬러 읽어보니 미쳐야 할 것에 미쳐서 살았던 그 시절에도 아마 그러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 나이들어가느라 그러시는 게 아닐 거예요. 이면을 볼 줄 아는 조숙하고 영민하고 예민한 소년이 보입니다. 외롭고 높고 쓸쓸합니다. 가만가만 들여다보고, 저 높이서 전체를 훑어보는 그 시선에는 애정과 연민이 담겨있어서 아름답습니다. 읽고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계시니 기쁩니다. (사진 한 장, 댓글에 대한 답장에서도 선생님을 읽고 그려보지만, 저는 어떤 게 제 모습인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댓글 속의 '따뜻한'은 꽤 단단한데, 현실 속의 저는 조금 더 유약합니다. 판단을 미루고 자기 확신이 생길 때까지 읽고 묻습니다. 그런 제가 답답해지고 있었는데, 이곳 파란 편지에 남아있는 제 모습이 낯설면서도 좋습니다. )
경탄과 새삼스러운 기쁨, 찬란함, 고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철없고 순진무구하고 명랑하게 나이들어가고 싶습니다. 이전에 먼저 길을 보여주셨듯이 나이듦에 대해서도 선배님이 되어주세요. 그러니까 강건하시길. 작은 일에도 크게 웃으시길 바라면서 더욱더 길어진 댓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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