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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성희의 생각, 성희 생각 (2) "아, 너무 아름다워요~"

by 답설재 2022. 6. 20.

 

 

 

성희 부부는 저 언덕에 수레국화와 함께 쑥부쟁이 씨앗도 뿌렸습니다.

봄에 새싹이 돋을 때 노인은 난감했습니다. 야생화와 잡초를 구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수레국화는 한꺼번에 화르르 피어나서 '이건 꽃이겠구나' 했는데, '쑥부쟁이'의 정체는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이름 첫 자가 '쑥'이어서 '아마도 쑥 비슷한 종류겠지?' 짐작만 했습니다.

 

지난해엔 저 언덕의 잡초를 뽑으며 쑥 비슷한 것이 있는가 잘 살펴보았습니다.

쑥은 흔했지만 쑥 비슷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쑥은 쑥떡의 재료가 되니까 그냥 둘까 했는데 "그냥 두면 결국 쑥대밭이 된다"고 강조하는 이가 있었습니다.

노인은 말만 들어도 '쑥대밭'이 되는 꼴은 보기 싫었습니다.

쑥대밭이 되지 않도록 쑥은 잘 뽑고 개망초도 잘 아니까 개망초다 싶은 것도 고개를 쳐들기 전에 미리미리 잘 뽑아치웠습니다.

성희 부부는 잡초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무릎 구부리고 그러지도 말고 웬만하면 그냥 두라고, 잡초도 야생화니까 그런 꽃도 괜찮다고는 했지만 그게 어디 그렇습니까?

그 부부가 노인 몰래 와서 살펴보기도 했는데 아는 잡초라도 뽑는 게 도리 아니겠습니까?

 

그 일은 힘겨웠습니다.

쑥과 개망초, 그 두 가지를 중심으로 몇 가지 잡초뽑기에 열을 올렸는데 겨울이 되자 그 후유증으로 손가락 관절통을 앓게 되었고 겨울 다 가고 봄이 오고 여름이 되어도 그 증상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다' 싶었습니다.

 

올해는 마음을 크게 먹고 웬만한 건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저 언덕 오른쪽은 잡초 제거에 워낙 열을 올린 나머지 저 비탈이 벌거숭이가 되었고 비가 내리면 다 무너져 내리겠다 싶어서 개망초라도 그냥 두어 버렸습니다.

그러자 기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 언덕 아래쪽으로 쑥부쟁이 꽃이 피었습니다.

개망초 중에는 진짜 개망초도 있고 쑥부쟁이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성희에게 저 사진을 보냈더니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아~ 너무 아름다워요~~"

 

"잘 봐. 희한해. 저희들 마음대로 피는가 봐. 개망초도 있고 쑥부쟁이도 있어."

그렇게 답장을 보내려다가 그만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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