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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든 책

선생님께 (류병숙 시인의 독후감)

by 답설재 2022. 6. 13.

사진 : (주) 비상교육

 

 

 

"상자에 몸 넣기가 아닌 시를 쓰겠다"고 한(동시집 《모퉁이가 펴 주었다》 2021), 그런 동시를 쓰고 있는 류병숙 작가가 '부끄러운 독후감'이라며 메일을 보내주었습니다.

독후감도 독후감이지만 메일에 "이런 교육서적은 우리 주변에 흔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해서 '그런가? 이건 대단한 칭찬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 교육서적! 이게 '교육서적'이 되었구나!

- 흔치 않다고?

- 학부모와 선생님들로부터 환영 받을 것 같다고?

그럴 리가 없다고 해도 나는 좋았습니다.

 

 

 

선생님께

 

파란편지님, 아니 선배님, 이제야 이 책을 다 읽었습니다. 두서없이 그냥 소감을 써볼까 합니다. 잘 쓰려고 하면 어려워지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쓰겠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상큼한 책을 읽었다고 할까요. 빙그레 웃다가, 찡그리다가, 끄덕이다가, 심각해지다가… 아무튼 저도 20여 년 서울교육에 몸담았다는 이유 하나로 책 내용이 더 친숙하게 다가왔는지 모릅니다.

 

<엉망진창 학예회>를 행복하게 바라보시는 교장 선생님, 그 내용을 읽는데 웃음이 나서 혼났습니다. 겉보기엔 엉망진창이지만 아이들 하나하나가 제 딴에는 다 심각한 예술가니까요.

 

<두어 명 전학 보내버린 교장>을 저도 성토합니다. 48쪽의 내용에 공감하며, 교사라는 직업을 다시 한번 무겁게 생각해 봅니다.

 

60쪽의 “어떤 것을 가르치느냐 마느냐는 시간과 돈 혹은 누구의 권유 같은 것이 아니라 상당한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결정되어야 하며 그 철학의 바탕은 바로 사랑입니다”

66쪽의 “교육의 구실은 ‘장래’ 같은 소리는 그만두고 그날그날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70쪽의 “교장이 왜 모든 일을 지시, 명령, 감독하는 일을 해야 합니까?”에도 밑줄을 그었습니다.

 

<지급! 긴급!>을 읽으며 수업 중에 어쩔 수 없이 공문 보고서를 쓰며 입이 댓 발은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앨빈 토플러가 우리나라에 와서 그렇게 외쳐대도 왜 개선이 안 될까요? 한국 학생들은 미래사회에 쓸모없는 것들을 배운다고 그렇게 경고했는데도… 어느 연수회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한국 교육은 처음부터 비탈에 세워졌다. 그래서 손을 쓸 수가 없다. 게다가 4천만 인구 모두가 교육자다.” 이 말은 학교 현장에서 어려움이 생길 때, 가끔은 위안도 되었지만, 그 이유가 뭘까 늘 궁금했습니다.

 

<우리 학교 불조심 현수막> 플래카드 사용 문안 예시라고 위에서 내려온 것 좀 보세요. 얼마나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지. 123쪽의 아이들이 만든 표어를 보며 감탄합니다. 문득 제가 10년 동안 어린이 시를 가르치고 해마다 시집으로 엮을 때, 학년말에 아이마다 가장 잘 된 시를 5편씩 골라놓고 스스로 행복해서 또 읽어보고 또 읽어보던 그때의 기분이 되살아나더군요. (저는 한 애가 무지 말썽을 부리고 애를 먹여도 걔가 쓴 멋진 시구가 생각나면 절로 용서가 되었어요. ㅎㅎ)

 

<학교 홈페이지 제1장 제1절, 교장의 인사말> 저는 보다보다 홈페이지의 학교장 인사말까지 베끼는 분은 처음 봅니다. 정말 기가 막히네요. 또한 파란편지 교장샘의 인사말 문장은 더 기가 막힙니다. 이러니까 베껴갔지요.

 

<교장 선생님, 저 화장하는 아이예요> 중학교 1학년이 보내온 이 글은 책에 싣기를 정말 잘하셨어요. 학부모가 보내온 편지도 물론이구요. 파란편지님의 글이 무성한 초록이라면 십 대가 쓴 이 글은 연초록 순처럼 눈부십니다. 저도 화장하는 십 대를 보며 혀를 찼는데 그들의 진솔한 생각을 듣는 좋은 기회였답니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이유>에서 ‘낙선도 좋은 공부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낙선 소감을 발표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에도 밑줄을 긋습니다. 이런 말은 처음 듣습니다.

 

<‘작은 학교’는 필요 없다?>에서 “함께 계획하고 알아낸 것들을 차근차근 편집하게 해서 서로 다른 또 하나의 교과서를 가지게 해 주겠다. 저절로 유식해지게 해 주겠다.” 저는 이 대목에서 왜 정약용이 생각났을까요? 유배 기간에 50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고 말하는 해설사에게 갸우뚱한 표정을 지어 보였더니, 아 똑똑한 제자들이 있잖아요, 하더라구요.

돌아보면 학교생활은 왜 그렇게 바빴는지, 진도는 늘 처져 있고 학교행사는 많고 무슨 불조심 교육이다, 금연 강의다, 아무튼 제 능력 부족인지 늘 바쁘게 동동거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우산 받쳐주는 선생님> 이 글을 읽고는 많은 생각을 했답니다. 저 같으면 회장, 부회장, 혹은 체육에 특기 있는 아이들 몇 명에게 선생님 수업을 너희끼리 이어가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만…

 

<교육과 평가 방향 바꾸기>를 읽고 제발 좀 그렇게 바뀌길 바랍니다. 아이들이, 청소년이 행복한 나라, 그런 나라에 가서 좀 배워 와야 합니다. 성적 때문에 자살률이 높은 나라라는 오명은 벗어야지요.

 

3부에는 교육에 관계되는 여러 종류의 책을 소개해 주셨네요. 저는 반 정도라도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간 나면 더 읽어보기로 할게요. 좋은 책 소개까지 감사합니다.

 

확고한 교육철학과 신념으로 40년 넘게 어린이들에게 사랑의 눈길을 부어주신 선생님은, 아니 저의 자랑스러운 선배님은 한마디로 ‘참 스승’이십니다. 저 같은 보통 교사들은 범접도 할 수 없는 진정 거룩한 이름이죠. 그동안 잘 살아오셨습니다!!

<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

책을 덮으며 쓰게 된 소감이 참 부끄럽습니다. 교육에 대해서도 많이 알지도 못할뿐더러, 글의 행간마다 흐르는 도도한 물결 같은 선생님의 철학은 잘 읽어내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입니다. 읽으면서 메모를 안 해 놓았더니 읽은 내용을 잊어버리기까지 했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늘 건강하시고 다음 책 또 준비하시길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나오시면 제가 식사나 차 대접은 해드릴 수 있으니 연락해 주십시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2. 6. 10. 후배 류병숙 드림.

 

 

류병숙 시인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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