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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든 책

웬 귀부인이 무슨 책이냐고...

by 답설재 2022. 6. 2.

 

 

책을 낼 때마다 생각도 하지 않은 일로 생각해야 할 일이 자꾸 쌓이고, 생각도 하지 않은 일로 시간을 쓰기도 합니다.

디른 이가 책을 내어 그렇게 하는 걸 보면서 '책 낸 것만도 어려운데 저러네?' 했던 걸 저도 되풀이합니다.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이 있을까요?

교장이라면 '나는 신식 교장인데 한참 지난 구석기시대 교장이 뭘 안다고 이제 와서...' 그러겠지요?

저를 아는 교사도 그러겠지요. '현직에 있을 때도 뭘 아는 척해서 괴롭히더니 정년 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죽지 않고 이번엔 책에다 그런 소리를 썼겠구나.'

그럼 교장도 아니고 교사도 아닌 사람들은? '교장이 쓴 글이라고? 아이고~ 읽지 않아도 이미 지겨워! 교단에 올라가면 아이들 픽픽 쓰러져도 뭔가 끊임없이 지껄이던 그런 교장이 쓴 글이라면 오죽하겠어? 보나 마나지.'

 

어느 (직접 확인하진 못했지만 확신하기로는) '아름다운 여성'이 저 책을 구입해서 돌아오는 길

버스 정류장에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고급으로 잘 차려입은 한 '귀부인'이 다가오더니 묻더랍니다. "무슨 책이에요?"

'뭐 이런 책이에요' 하는 표정으로 보여줬겠지요?

"좋은 책 보시네요."

 

"좋은 책 보시네요."

그런 말은 으레 책을 들고 다니던 저도 자주 들었습니다.

남이 읽고 있는 책을 보자고 했으니 그런 말이라도 덧붙여 주어야 도리겠지요.

저는 그러니까 그 '귀부인' 차림의 여성의 눈에 띄도록 제 책을 들고 계신 그 '미인'이 고맙습니다.

출판사에선 "선생님이 책을 팔지 않아도 됩니다" 했지만 말이 그렇지 자신의 책이 한 권이라도 팔렸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