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는 나를 수십 년간 "봐요!"라고 불렀다.
그게 못마땅할 때도 있었나? 그건 아니었다. 무덤덤하거나 고맙게 여겼다.
그렇게 부르는 마음을 헤아리곤 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였더라?
"할아버지!"
더러 그렇게 부르더니 이제 그렇게 확정되었다.
그건 이렇게 둘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곁에 있을 때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렇게 둘이 있을 때도 "할아버지!"이고 자다가 잠꼬대를 해서 깨워줄 때도 "할아버지!"다.
나는 "여보!"하고 부르는데도 내내 "봐요!" 하다가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바라보고 있다.
여건이 세상에서 가장 좋지 못한 집에 시집온 데다가 내가 못할 짓도 많이 하고 해서 고생이란 고생은 도맡아놓고 했는데도 시종일관 "봐요!" 하다가 마침내 "할아버지!"하고 부르는 걸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런 생각도 한다.
내가 마침내 영영 떠나게 되고, 마침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배웅 나온 아내가 무슨 부탁할 것을 잊어버렸거나 특별한 주의사항을 이야기해주고자 마지막으로 "봐요!" 하거나 "할아버지!" 하고 부른다면 내가 그걸 당장 알아들을 수 있을까? 그 군중 속에서?
알아들어야 하겠지? 알아들을 수 있겠지? 시끄러워도.
그건 최소한의 예의고 의무니까.
나는 알아들어야 한다. 알아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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