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쇼 진행자 피터 트립은 호기심 많은 디제이였습니다.
1959년, 서른두 살의 트립은,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싶은 욕심으로 8일 동안 잠을 자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나이트 스쿨》이라는 책에는 그의 기행이 이렇게 소개되고 있습니다(66~67).
(전략)
며칠 더 잠을 못 잔 트립은 몽롱한 상태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스튜디오에 생쥐들이 돌아다니네, 신발에는 거미가 가득하고, 책상은 불에 타고 있어"라며 망상에 시달렸습니다. 그즈음 한 의사가 와서 그를 검진했죠. 그런데 트립은 이 의사가 실제로는 자신을 땅에 묻으러 온 장의사라고 확신한 나머지, 반나체인 채로 스튜디오 룸 안에서 비명을 지르며 도망 다녔습니다. 자청한 잠 안 자기 고생이 끝나갈 무렵, 기진맥진한 이 라디오 쇼 진행자는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에 대해 의심할 정도가 되었고, 급기야는 자신이 그저 피터 트립이라는 사람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8일을 꼬박 잠은 안 잔 그는 24시간 동안 갓난아기처럼 잤는데, 그거야 문제일 리 없고, 그 후 그는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우울증을 앓았으며 금융 스캔들에 휘말려 회사에서 쫓겨났고 네 번이니 이혼을 하는 등 잠 안 자기 세계 신기록을 세우려다가 자신의 삶을 망쳐버렸답니다.
잠을 푹 자는 건 좋은 일이지요.
그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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