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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겨울 추위가 가득한 밤"

by 답설재 2022. 8. 29.

 

 

 

거기도 비가 내립니까?

가을이 여름의 뒤를 자꾸 밀어내는 듯합니다.

 

18일이니까 열흘쯤 전이었고 엄청 더웠습니다.

습도가 높아서 보일러를 잠깐만 가동했는데 이번에는 습도도 높고 후끈거려서 '체감습도'가 더욱더 높아졌으므로 비가 내리거나 말거나 창문을 활짝 열어두었습니다.

별 할 일도 없고 해서 걸핏하면 스마트폰에서 날씨나 확인합니다.

내가 날씨를 자주 확인한다고 해서 무슨 수가 나는 건 아니고 그렇게 확인하나마나 날씨는 정해진대로 '업데이트' 되어 갑니다.

그러므로 스마트폰에서 날씨를 확인하는 건 나에게는 전혀 쓸데가 없는 짓인데도 나는 가능한 한 자주 확인하며 지냅니다.

그날 오후 4시쯤 스마트폰을 들여다봤을 때는 기온 30도, 체감 온도 32도 표시 아래 이렇게 안내되고 있었습니다.

겨울 추위가 가득한 밤

실내온도 조절이 필요해요

날씨 제공 회사에서 실수를 한 거죠.

그런데도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이런!

나는 기분이 좋아졌고, 그 무더위 속에서 올겨울의 추위를 생각했습니다. 아주 잠깐, 무더위가 계속되는 한여름 대낮에 이게 무슨 말이냐고 그 회사에 전화해서 항의를 하려다가 얼른 생각을 고쳐 선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12월 말쯤이나 2023년 1, 2월쯤, 재수가 좋으면 나도 살아 있을 것입니다.

나는 남몰래 들떠서 이번 겨울에는 무엇을 할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겨울 추위가 가득한 밤'이면 나는 우선 저 회사의 안내대로 '실내 온도를 조절'해놓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것입니다.

물론 지난 여름도 생각하고 다 같이 이승에 사는데도 영영 사라져서 다시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떠올려보고 그러다가 책도 읽을 것입니다.

얼른 겨울이나 오고, 그 겨울에 나도 이승 사람들 속에 끼어 있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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