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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위수정 단편소설 「우리에게 없는 밤」

by 답설재 2022. 6. 12.

   위수정 단편소설 「우리에게 없는 밤」

《현대문학》 2022년 2월호

 

 

 

 

 

 

안나가 본명이에요? 당연히 아니겠지. 남자는 자신의 질문에 스스로 답하고는 몸을 돌려 모로 누워 지수를 보았다. 지수는 감았던 눈을 떴다. 특징 없는 베이지색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시선을 조금 아래도 내리자 숫자에 불이 켜진 디지털 벽시계가 보였다. 숫자 사이의 파란 콜론이 깜빡깜빡 말을 걸었다. 시간이 가고 있다고.

남자의 손이 지수의 어깨에 닿았다. 지수는 몸을 일으켰다. 저 이제 학교 가야 해서. 욕실로 향하며 지수는 그의 시선이 따라오는 것을 느꼈다......

 

 

처음부터 따분한 소설이 있고 눈길을 끌어놓고는 곧 힘이 빠지거나 주체를 못 하고 마는 소설도 있고 차라리 철학을 읽겠다 싶게 하는 소설도 있고... 이 소설처럼 처음 부분의 눈길을 끝까지 이끌어주는, 그 눈길을 책임지는 소설이 있습니다.

 

나는 미구에 죽을 수도 있다,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읽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닥치는대로 다 읽을 필요도 없고 읽기 시작했다고 끝까지 읽을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위수정의 이 소설을 읽고 그 생각이 옳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우리에게 없는 밤」

지수는 마침내 사랑을 찾아 떠나려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가 확신을 갖기를 바라지만 나의 이 바람은 이미 쓸데없는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