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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오구니 시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by 답설재 2022. 6. 4.

오구니 시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김윤희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9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주문을 틀리다니, 이상한 레스토랑이네'

당신은 분명히 그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저희 홀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모두 치매를 앓고 있는 분들입니다.

가끔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부디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대신,

어떤 메뉴든 이곳에서밖에 맛볼 수 없는

특별하고 맛있는 요리들로만 준비했습니다.

 

'이것도 맛있어 보이네 뭐, 어때'

그런 당신의 한마디가 들리기를.

그리고 그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기를 간절히 바라 봅니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지원, 면밀한 준비와 단단한 각오로 이 요리점을 이틀간, 그리고 다시 사흘간 연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요리점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요리가 잘못 나와서 너무 기뻤습니다."

"음식이 잘못 나왔지만 모든 메뉴가 너무 맛있어서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좀 더 실수가 나왔어도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업을 구상한 방송국 PD 오구니 시로는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세계'(치매)를 즐겁게, 엔터테인먼트 형식으로 접할 수 있는 테마파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고 했습니다.

 

치매는 결국 그런 것인가? 지금 내 가족 중 누가 치매를 앓게 되었다면 그런 식으로 대하면 되는 것인가? 즐겁게, 엔터테인먼트 형식으로, 그렇게 즐거워할 수 있는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끝까지 읽었습니다.

 

오구니 시로는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주문을 틀리지 않는 요리점'이 되려고 노력했고, 실수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실수를 받아들이고 실수를 함께 즐긴다는 조금씩의 '관용'을 우리 사회가 가질 수 있게 된다면 분명히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가치관이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가족들이 책임져야 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말할 것도 없이 사회적인 과제일 것입니다.

가족끼리 치매를 "즐겁게, 엔터테인먼트 형식으로" 대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치매는 결코 사소하거나 별로 심각하지 않은 질병은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