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여기 이 세상에 눈 내리는 날

by 답설재 2022. 2. 21.

 

 

점심때쯤 눈이 내렸다.

하늘이 부옇긴 해도 구름 사이로 자주 햇빛이 비쳐 내려서 곧 그치겠지 했는데 두어 시간은 내렸고 쌓이진 않고 곧 사라졌다.

바람이 불면 눈송이들이 스스로 갈 길을 찾아가겠다는 듯 제각각 흩날리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난분분 난분분'이란 말이 떠올랐지만 그건 '흩날려 어지럽다'(亂粉粉)는 뜻이어서 눈송이들이 어린아이들처럼 즐거이 떠돌아다니는 듯한 그 모습을 '난분분'이라고 하는 건 마땅하지 않을 것 같았다.

 

오늘 또 눈이 내리는구나 했고, 나는 나의 세상과 함께 점점 축소되고 있고 그렇지 않던 힘이나 크기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며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그걸 입밖에 내어 이야기하고 싶진 않았다.

서글픈 일이 아닌가.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빛이 잠을 깨웠습니다  (0) 2022.02.24
앨리스 먼로 ... 기억  (0) 2022.02.23
"사람의 일생은 대체로 우리를 슬프게 한다"  (0) 2022.02.20
음악이라는 세상  (0) 2022.02.19
파란편지 애독자  (0) 2022.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