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오늘의 동시문학》 "이 동시 어때요?(토론)' 코너에 실려 있는 동시입니다.
토끼풀 시계 ㅣ 김성민
토끼야, 몇 시니?
토끼풀 시계 차고
오물오물 시간 읽던 토끼가 말해요
여긴 다 고장 난 시간뿐이야
맞는 시계가 하나도 없어
이 동시를 보고 나는 이렇게 썼습니다.
마치 내 집 시계들 같습니다.
'협찬'은 아니지만 대부분 이 일 저 일로 말하자면 공짜로 굴러들어 온 시계들인데
시간도 제멋대로입니다.
5분 빠른 것도 있고 5분 느린 녀석도 있으니 그 차이가 10분이나 됩니다.
그렇지만 나는 그 시계들이 각자의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들은 그러니까 제각기 열심입니다.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저 자신 같아서 측은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빠르거나 늦거나 다 맞다고 해주었으면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건 저 동시에 대한 감상문이 아니어서 그럴까요?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내가 감상을 써놓은 그 이튿날 저녁 늦게 어떤 이가 딱 한 마디 "좋은 동시네요^^"라고 쓴 걸 봤는데 그건 내 댓글에 달린 의견이 아니라 나처럼 감상을 쓴 것이었습니다.
그 카페는 동시 전문가들의 카페입니다.
나는 그 카페에 갈 때마다 더러 한 마디 소감을 써놓곤 하는데 두어 명의 전문가가 동시인이 아닌 나에게 격려용 답글을 써주지만 다른 이들은 대체로 시큰둥합니다.
'한두 해도 아닌 긴 세월, 이건 아주 좌판을 벌였구나.'
그중엔 그렇게 생각하며 백안시하고 있을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하기야 내가 교육에 관한 글을 써놓았을 때 몇 마디 억지로 단 댓글을 보면 좀 안타까울 때가 없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전문가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그 전문가들이 내 댓글을 보면 뜨악하기 일쑤일 것입니다.
저 감상을 쓸 때 나는 저 시에 대해 그리고 나의 댓글에 대해 갖가지 소감이 분출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니 나도 참......
그렇지만 그 카페는 나의 오랜 친구가 운영하는 것이니 나는 그 친구 한 명만 괜찮다 하면 그것으로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오고 갑니다.
마치 고장 난 시계일망정 누군가가 더러 쳐다봐주면 좋을 것처럼......
인생이란 경우에 따라 그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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