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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가을엽서 : 내 이명(耳鳴)은 스테레오

by 답설재 2020. 9. 26.

2020.9.18. 오후.

 

 

 

 

18일 오후, 저 숲을 지나는 바람은 스산했습니다.

매마른 가랑잎들이 온 거리를 뒹구는 듯 했고 그 바람들이 두런거리며 귀가를 서두르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다 떠나버려서 텅 빈 초겨울 저녁 같았습니다.

8월 7일이 입추였으니까 사십일만에 가을을 실감한 것입니다.

저 길을 서둘렀습니다.

 

그 저녁에 올해 처음으로 감기에 걸렸고 며칠 앓으며 지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병원에 가기가 싫어서 판피린만 부지런히 마셨습니다.

 

머리 안쪽에서 기계 돌아가는 듯한 이명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은지 이십 년은 되었을 것입니다.

이 가을에 내 이명은 스테레오 타입으로 변했습니다.

한쪽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직선형(直線形)으로 들리고

다른 쪽에서는 파선(波線 물결선) 형태의 이명이 그 직선형과 보조를 맞춥니다.

 

나는 괜찮습니다.

귀찮은 친구가 하나 더 늘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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