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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강성은 「스노볼」

by 답설재 2020. 6. 11.

                                 스노볼

 

 

                                                                                                           강성은

 

 

엄마 눈이 내려요

자꾸자꾸 내려요

매일매일 내려요

 

눈 쌓인 소나무 가지 위에 까마귀가

나무 아래 호랑나비와 장난 치는 고양이가

그대로 멈춰 있어요

 

누가 이곳에 온다면 차를 대접할 텐데

아무도 오지 않고

 

가끔 누가 우릴 엿보는 것 같아요

 

흰 눈 덮인 마을에 불을 지를까요

마을이 다 타버리기 전에

누가 달려와 불을 꺼줄지도 몰라요

 

겨울은 생각이 많은 시간이에요

생각이 저 눈을 내리게 해요

 

생각이 우릴 눈 속에 가두었어요

생각을 멈춰야 하는데

 

아무도 우릴 만나지 못할 거예요

여긴 어떤 슬픈 사람의 마음속인가요

 

 

 

――――――――――――――――――――――――

강성은 1973년 경북 의성 출생. 2005년 『문학동네』 등단.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단지 조금 이상한』.

 

 

 

『現代文學』 2018년 5월호(112~113)

 

 

 

아이들이 저승에 가서도 어렵게 지내는구나, 외롭게 지내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공연한 생각일까요?

 

어떤 아이는 '즐거운 여행' 가방에 갇혀서 죽고

죽은 아이가 한둘도 아니고

그 아이 중 하나가 저렇게 눈 내리는 걸 바라보고 있는데

나는 편안하게 잠이 옵니다.

아이의 손에 뜨거운 플라이팬을 갖다 대는 것이 "부모"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들의 세상입니다.

뭐 이런 세상이 다 있을까요?

참 허접한 세상..........

 

 

* 스노볼 [SNOBOL] 1960년대 중반 미국의 벨 연구소에서 개발한 고차원의 문자열을 다루는 프로그래밍 언어

형태 분석 [String Oriented Symbolic 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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