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왼쪽 발등 바깥쪽 부분에는 대여섯 살 적의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논두렁에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나보다 네 살이 더 많은 동네 형의 송곳에 찔려서 생긴 상처가 겨울 내내 아물지 않아서 생긴 검붉은 상처의 흔적이 남아 있다.
나는 살아오면서 그에게 단 한 번도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는데 얼마 전에 그가 유명을 달리했다.
그는 나쁜 인간이 아니었고, 게다가 공교롭게도 나의 사촌 누나 한 명과 결혼까지 한 것이었다.
나는 나의 이 상처의 흔적에 대해 아무에게도 이야기한 적이 없고 마침내 이젠 이야기를 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가 영영 죽어버렸기 때문에 이젠 그 흔적을 보여주며 얘기한다 해도 믿어줄 사람이 없게 된 것이다.
써먹을 수도 없는, 쓸데없는 기억이 된 것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저승으로 간 사람이 생각한 것까지도 다 재생해낼 수 있게 된다는 얘기도 읽었지만 그건 나의 일이 아니다.
이렇게 해서 점점 사그라들 뿐이다.
슬픔의 껍질만 남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