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형! 꽃 지는 날, 보셨습니까?
L 형!
사진을 잘 못 찍어서 그렇지
저 속에 들어가면, 그러니까 저 아래를 걸어가면,
제정신이기가 어려웠습니다.
이태 동안 아이와 함께 저 터널 속을 걸어 다니던 그 시간은 정말 좋았습니다.
누가 "행복했던 순간 좀 얘기해 봐" 하면 저 시간을 떠올릴 것입니다.
아예 뭐라고 표현하기조차 싫은 그 시간들.......
L 형!
코로나 사태는 그만 모든 것을 바꾸어버렸습니다.
심지어 아이들을 만나는 일조차 자유롭지 못합니다.
좀 기다리고 생각하며 참고 있으면 길이 보일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계절이 바뀌고 또 바뀌려 하고... 이젠
이 가슴속에 남아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L 형!
지난봄 어느 날, 창 너머로 저 벚꽃을 내다보며
무심한 벚꽃만 피었구나 했는데,
어느 날 그것들은 다 지고 없었습니다.
섭섭해할까 봐 서둘러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해마다 봄이면 목련도 여러 날 불 밝히듯 달려 있었는데
며칠 새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일찍 돌아가?'
내가 물끄러미 쳐다보았더니 '있을 만큼 있었는데?' 했지만
섭섭해할까 봐 그렇게 대답한 것 같았습니다.
L형!
건강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