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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미야베 미유키 《퍼펙트 블루》

by 답설재 2020. 5. 15.

미야베 미유키 《퍼펙트 블루》

김해용 옮김, 노블마인 2017 

 

 

 

  

나는 어떤 아버지인가, 푸르렀던 날들에는 복잡하기만 했던 것이 아주 간단하게 변해버렸습니다. '이런 것이었다면...'

 

유망한 고교 야구선수가 그를 시기한 것으로 알려진 친구와 거의 동시에 불에 타 죽었는데, 불법 약물 실험을 한 회사와 그 회사의 비리를 이용해서 일확천금을 노린 불량배의 소행인 줄 알았더니 그 야구선수의 부모 때문이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부모가 자식을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사회와 부모의 '공모'라고나 할까요? 사건들은 단순하지 않을 수밖에 없겠지요.

 

"나와 네 엄마는 숨길 게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증명하면 가쓰히코가 잃는 게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가쓰히코가 생각하는 것만큼 순진하지도 정직하지도, 만만하지도 않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래서 더욱 투약 실험을 받았던 아이들 명단을 공개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그 아이들 중에는 운동에 자신의 꿈을 다 바친 아이도 있을지 몰랐다. 혹은 앞으로 꿈을 바치려는 아이도 있을지 몰랐다. 명단을 공개하는 건 그들에게서 꿈을 빼았는 셈이야. 안 그래도 피해자인 아이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세우는 그런 잔인한 짓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326~327)

 

그 아버지는 경찰에 가기 전에 둘째 아들(죽은 야구선수의 동생)에게 그렇게 고백했습니다.

이런 고백도 했습니다. 나는 이 아버지가, 그리고 두 아들의 처지가 너무나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말할 기회가 없었지만 나는 말이다. 신야, 가쓰히코와 너를 똑같이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다. 네 곧은 성격을 좋아했다. 하지만 내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너희 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함께 있다는 사실이었다. 너희 두 사람이 나와 네 엄마와 함께 있을 때, 너희들끼리만 통하는 무언의 사인을 주고받을 때, 한 명한테만 이야기한 것을 어느새 다른 한 명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때 나는 정말로 행복했다."(331)

 

오랜만에 아주 단순 소박한 추리소설 한 편을 읽었습니다.

저쪽 집에서 이사 올 때 따라온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