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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by 답설재 2020. 4. 19.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신성림 옮기고 엮음, 예담 2011(개정판 36쇄)

 

 

 

 

 

 

 

 

1

 

고흐는 간곡하고 간절하게 썼다. 허례허식을 담지 않았다.

 

그림은 나에게 건강을 잃은 앙상한 몸뚱아리만 남겨주었고, 내 머리는 박애주의로 살아가기 위해 아주 돌아버렸지. 넌 어떠냐. 넌 내 생활을 위해 벌써 15만 프랑 가량의 돈을 썼다. 그런데…… 우리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계획한 일의 배후에는 늘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1

 

고통의 순간에 바라보면 마치 고통이 지평선을 가득 메울 정도로 끝없이 밀려와 몹시 절망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고통에 대해, 그 양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그러니 밀밭을 바라보는 쪽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게 그림 속의 것이라 할지라도.2

 

내가 미치지 않았다면, 처음 그림을 시작할 때부터 약속해 온 그림을 너에게 보낼 수 있는 날아올 것이다. 나중에는 하나의 연작으로 보여야 할 그림들이 여기저기 흩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너 하나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전체 그림을 보게 된다면, 그 그림에서 마음을 달래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네가 보내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3

 

 

2

 

테오, 이런 동생이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 부러웠다.

 

 

3

 

고흐가 불쌍하다. 그는 그림을 그리다가 마침내 정신 이상 판정을 받았고, 괴로움에 지쳤고, 1890년 여름 어느 날, 마침내 자신의 가슴에 총을 쏘았다. 달려온 동생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이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다"였다. 생전에 팔린 그림은 「붉은 포도밭」 한 점이었다.

형을 응원하던 테오는 그로부터 6개월 후,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숨을 거두었다. 그는 33세였다.4

테오도 불쌍하다.

 

 

4

 

이 책을 이제 읽었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그렇게 되었다.

 

 

5

 

이 책을 초중고등학교 교재로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오랫동안 교과서를 생각했다. 그 경험과 생각으로 이렇게 주장한다.

 

그대로 교재로 삼을 만한 몇 권의 책을 추천할 수 있다.

'인정 교과서'의 취지는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교과서 정책에서는 교과서 제도를 '국정제' '검정제' '인정제' '자유발행제'로 나누어 설명한다. '자유발행제'라는 말은 아마도 교과서 행정 측에서 지어낸 이름일 것이다. 나는 '자유 사용제'라는 말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럴 경우 이런 책을 교재로 삼도록 추천하고 싶다.

화가가 되려는 사람에게? 그런 구체적인 사항은 따로 검토하면 되겠지? 가능하다면 과학이나 음악, 의학, 요컨대 어떤 일을 하든 이 책을 읽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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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4~195. 이런 문장은 수없이 많다. 전체가 이런 문장일지도 모른다.

2. 262.

3. 236.

4. 형은 1853~1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