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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그리운 그 다방茶房

by 답설재 2021. 3. 13.

 

 

재작년 여름이었지요, 아마? 진고개에서 들어가 본 다방이 분명합니다.

하여간 전철역에서 올라가 몇 걸음 걷지 않아도 찾을 수 있는 길가의 그 식당, 널찍하고 온갖 부침 세트가 인기여서 각종 모임이 잦다는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나가 커피숍을 찾으면 바로 눈에 띄는 이층의 다방입니다.

커피숍은 아닙니다. 다방입니다, 다방. 옛날식 다방.

 

이름요? 이름은... 글쎄요~

전원? 정? 역마차? 대륙? 만남? 호수? 추억? 길? 팔팔? 도심? 진고개?

모르겠네요. 생각할수록 점점 더 헛갈려 온갖 이름이 떠오르네요.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하고...

찾기 쉬워서 이름 걱정 하지 않아도 될 걸요?

 

좁은 계단을 조심조심 올라가서 문을 밀고 들어가면,

붉은 우단으로 된 높다란 의자가 꽉 들어 차 있어서 첫 인상으로는 좀 답답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아무래도 어색한 맞선을 본다든지 남녀 간에 밀담을 나누고 그러다가 마침내 오늘은 손이라도 잡아봐야 한다고 다짐하고 만났을 때는 아주 유리한 장소라는 걸 단박에 파악할 수 있지요. 아주머니는 - 맞다! '레지'였지요? - 에티켓에 따라 일부러 부르기 전에는 손님 자리에 가서 쓸데없는 참견을 할 생각이 없기도 하고요.

 

전철역 자판기 커피의 원조, 설탕과 크림이 이상적으로 배합된 커피 한 잔, 저 사람은 돈 좀 있구나 싶게 보이고 싶을 때 큰 맘먹고 종업원(그 예쁜 아가씨) 몫까지 시켜주던, 달걀 노른자 띄우고 잣과 약대추 조각 듬뿍 넣은 쌍화차 몇 잔 값이 별로 아깝지 않을 사람이 '아직도 있긴 있구나!' 실감할 수 있는 우리의 그 "극락천국" 다방이 바로 거기에 있으니까

부디 잊지 말고 언제 한번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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