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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대화

by 답설재 2021. 3. 11.

 

 

# 1

 

"할아버지, 뭐 하세요?"

"....."

"여기 좀 보세요! 저희 예쁘지 않아요? 얘가 저 사랑하고 싶대요."

"......"

"아이, 뭘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러시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해요? 늘 저 좋다고 하시면서......"

"......"

 

 

# 2

 

"할아버지, 나무들도 대화를 해?"

"그럼! 하고말고."

"그걸 누가 알아들어?"

"대화를 하는 건 분명한데 우리는 거의 알아듣지 못해."

"......"

"누가 식물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심지어 물에게도 음악을 들려주어 봤다잖아."

"그 얘긴 읽어봤어."

"연구하면 조금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겠지."

"새들 이야기처럼?"

"그렇지!"

"생물학자가 되면 모든 생물과 대화를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면 더 어렵지 않을까? 조류학자가 되면 새 이야기를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연구를 할 수 있고, 곤충학자가 되면 곤충들의 이야기를 알아듣는 연구를 할 수 있겠지? 모든 생물을 다 연구하는 것보다 쉽겠지?"

 

 

# 3

 

- 어쩌면 말이야 사람들 간의 대화가 제일 어려웠어. 할아비가 못나서 그럴까? 난 가족, 그러니까 부모 형제 자식과의 대화도 하지 못한 채 평생을 보냈어. 대화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모르고 산 것 같아. 대화라는 건 우선 내 마음과 전혀 다른 것 같아. 난 사랑을 주고 미움을 산 일생을 산 것 같아. 그리고 이건 어쩔 수 없는 일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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