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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내가 만난 李仲燮」

by 답설재 2019. 5. 14.

 

 

 

내가 만난 李仲燮

 

 

光復洞에서 만난 李仲燮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東京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욱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南浦洞 어느 찻집에서

李仲燮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 뼘 한 뼘 지우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

 

 

 

김춘수 시인의 네 번째 시집 『處容 以後』에 있습니다(44쪽)

서귀포 혹은 부산의 쓸쓸한 거리에만 있었을 이중섭.

그림을 보는 것이 미안해지는 이중섭.

"우리의 이중섭"이라고 해도 괜찮을까 싶은 이중섭.

 

그의 그림값이 올라갈수록 나는 미안합니다.

그림은 아무래도 돈이 있는 사람이 가질 것인데 미안한 마음은 나도 좀 감당하는 것이 어처구니없고 주제넘은 일이긴 합니다. 그 정도는 나도 알지만 그런데도 미안합니다.

누가 "당신은 미안해할 필요 없습니다!" 하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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