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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박성우 「밥벌이」

by 답설재 2019. 5. 29.

 

 

2019.3.30. 딱따구리가 보이진 않는 사진

 

                                                                             

 

밥벌이 - 박성우(1971~)

 

 

딱따구리 한 마리가 뒤통수를 있는 힘껏 뒤로 제꼈다가 괴목(槐木)을 내리찍는다 딱 딱 딱 딱딱 딱 딱딱, 주둥이가 픽픽 돌아가건 말건 뒷골이 울려 쏙 빠지건 말건 한 마리 벌레를 위하여 아니, 한 마리 버러지가 되지 않기 위하여 아니, 한 끼 끼니를 위하여 산 입을 울리고 골을 울린다

 

 

시집 《자두나무 정류장》(창비) 中

 

 

나는 이 시를 읽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혼자 웃었습니다.

딱따구리의 그 모습을 떠올려주는 저 시를 읽으면 일단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웃기지 않습니까?

"주둥이가 픽픽 돌아가건 말건 뒷골이 울려 쏙 빠지건 말건"

"한 마리 버러지가 되지 않기 위하여 아니, 한 끼 끼니를 위하여 산 입을 울리고 골을 울린다"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웃고 나니까 누군가 저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면 나도 저 딱따구리가 아닐까 싶어서 씁쓸해졌습니다.

씁쓸했지만 쓸쓸하기도 했습니다.

'이래도 네가 딱따구리가 아니란 말이냐! 이래도! 이래도!' 하고 나를 옥죄던 그 숱한 일들은

떠올리기도 싫고 떠올리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잘도 떠오릅니다.

딱따구리가 나를 보고 웃을 것입니다.

 

이렇게 써놓고 저 시 제목을 보았습니다.

「밥벌이」

이 시에 대한 제대로 된 감상은 따로 있습니다.

『한국경제』 신문에 실린 시입니다(2019.5.20.월, A2.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19051918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