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여기에?
문득 '내가 왜 여기에?'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아파트의 다른 층에 내렸을 때처럼 낯선 느낌입니다.
얼마쯤 얼이 빠져 있을 때여서 '내가 그랬었다고?' 나 자신에게조차 잡아떼면 그만인 그런 순간이긴 합니다.
밖에 나가면 당장 나의 이 집을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환경과 화려한 숙소, 다양한 식사가 있는 곳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왜 여기에?'
그건 도무지 말이 되질 않습니다.
여기가 아니라면 그럼 어디 있겠습니까?
세월은 다 여기저기 길 위에 흩어져 버렸고, 내가 살았던 곳들은 하나하나 흔적도 사라졌습니다.
돌아가고 싶다고 해서 돌아갈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또 떠나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도 또 어디로든 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떠남과 정착이 끝없이 되풀이될 수는 없어서 마지막인 경우가 오고야 말 것입니다.
그리고 그날 나는 혼자일 것입니다.
그곳이 어디든 혼자 가야 할 것입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것 외에는 한 치의 착오도 없었던 지난 세월들처럼 앞으로 전개될 시간들도 그럴 것입니다.
그 선택조차 분명한 경우("자, 선택해봐!")는 거의 없었고 지나고 보니까 어설픈 선택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또 그런 시간들이겠지요.
이런 생각은 자주, 깊이 하기는 싫습니다.
재수가 없어져서 자꾸 그러면 정말로 혹은 더 빨리 실현되는 건 아닐까 싶은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곧 그렇게 될까 봐 섬찟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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