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거림
나는 초등학교 교사였고
어느 단체 연구위원을 겸임한 적도 있고
교육부 편수관, 장학관, 교육과정정책과장이었고
두 학교 교장이었습니다.
또 퇴임 후 근 10년 간에는 어느 재단 수석연구위원이었고
어느 출판사 교재개발자문이었습니다.
최근의 그 직책으로 살아온 기간은 말고
교육행정기관에서 근무한 세월도 말고
세상모르는 '교사'였을 때,
무슨 눈치 볼 일이 있어도 그렇거나 말거나 혼신의 힘으로 살던 그때 그 학교에서
날 찾거나
아직도 나를 기다릴지도 모른다는
어렴풋한 느낌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느낌일 뿐입니다.
그럴 리 없다는 것쯤은 분명히 압니다.
날 찾거나 부를 리 없고
내가 떠나온 것처럼 그때 그 사람들도 모두들 뿔뿔이 흩어지고 사라졌다는 것만 생각해봐도 당연한 일입니다.
이건 그때의 지긋지긋한 일들 때문일 수도 있고
그게 잡다한 것이긴 하지만 그 당시로는 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할지라도 나로서는 아쉬움을 남긴 인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더러 연락을 하는 그 아이들에게조차
이런 얘기를 꺼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건, 말하자면 '멍' 때릴 때뿐이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애들에게 멍 때리는 이야기를 뭐 하려고 하겠습니까?
"그때 그 담임, 마침내(혹은 비로소)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저희들끼리 모여서 잘 됐다며 그러고도 남을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런 얘기는 다 필요 없는 얘기입니다.
잠시 서성거리며 하고 지나갈 얘기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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