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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바가텔Bagatelle 2」

by 답설재 2018. 2. 22.

「바가텔Bagatelle 2」

 

 

                                                                                           황동규

 

 

이즘처럼 인공지능 밤낮없이 단수 높인다면

그에게 인간다움 넘겨줄 때 오지 않을까.

사람들이 휴대폰에 눈 파묻고 횡단보도 건너다

서로 부딪치기도 하는 뇌회색 거리 위로

아침놀 저녁놀이 있는 듯 없는 듯 떴다 졌다 할 것이다.

잿빛 비둘기 두엇 비실비실 땅을 쪼며 걸어 다니고

왠일인지 가깝게 들리는 먼뎃 종소리가

뭔가 봤다는 듯 비음鼻音 넣어가며 딩, 딩, 댈 것이다.

'딩, 인공지능에게 넘겨줄 인간다움이

그대들에게 있는강?

차라리 인간이라는 외나무다리를 건너

무언가 건넌 인간이 되면 어떨깜, 딩!'

 

 

 

――――――――――――――――――――――――――――――

황동규 1938년 서울 출생. 1958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어떤 개인 날』 『풍장』 『버클리풍의 사랑노래』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비가』 『꽃의 고요』 『겨울밤 0시 5분』 『사는 기쁨』 『연옥의 봄』 등.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만해대상〉 〈호암예술상〉 등 수상.

 

 

『현대문학』 2018년 1월호 268면.

 

 

 

 

 

 

내가 가진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볼까 했는데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이게 쓸쓸함일까?

마치 고장 난 자명종, 작동을 멈춘 로봇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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