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by 답설재 2018. 2. 16.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김영미 옮김, 김민지 일러스트

인디고 2014(초판 25쇄)

 

 

 

 

 

 

 

 

 

 

 

  황당하고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끝까지 읽었습니다.

  '이걸 내가 정말 읽어야 하나?'

  '읽어보는 것이 좋기는 할까?'

  예쁜, 아름다운 그림들이 없거나 여백이 많아서 술술 넘어가지 않으면 당장 그만둘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 이처럼 황당하고 기상천외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헤어날 길 없고 혼을 빼놓을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호기심이 솟구친 앨리스는 토끼의 뒤를 쫓아 들판을 가로질러 뛰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토끼가 울타리 아래로 난 커다란 굴 안으로 쏙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앨리스는 바깥으로 다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따윈 아예 없이 토끼를 따라 무작정 굴로 뛰어들었다.

  터널같이 길게 쭉 이어지던 토끼 굴이 어느 순간 느닷없이 아래로 푹 꺼졌다. 앨리스는 어떻게 멈출 틈도 없이 깊고 깊은 굴 속으로 떨어져 버렸다.(14)

 

  앨리스의 황당하고 기상천외하고 괴이쩍은, 그렇지만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모험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험, 길고 긴 여행은 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꾼 꿈이었습니다.

 

  "안 돼, 안 돼! 선고가 먼저고 평결이 나중이야."

  여왕이 소리쳤다.

  "말도 안 돼요! 선고를 먼저 하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앨리스가 큰 소리로 말했다.

  "입 닥쳐!"

  여왕의 얼굴이 벌게졌다.

  "싫어요!"

  앨리스가 대들었다.

  "저 애의 목을 쳐라!"

  여왕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누가 당신 말에 신경이나 쓴대요?"

  앨리스가 말했다.

  (이제 앨리스는 온전히 제 키로 돌아와 있었다.)

  "고작 종이 카드일 뿐이면서!"

  이 말에 카드들이 몽땅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앨리스 위로 쏟아져 내렸다. 겁도 나고 화도 난 앨리스는 조그맣게 비명을 지르며 손으로 카드를 쳐내려고 하다가 문득 자신이 언니의 무릎을 베고 강둑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니가 앨리스 얼굴 위로 하늘하늘 떨어져 내린 낙엽을 가만히 떨어 내고 있었다.(234)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 앙증맞은 책1은 정말 누가 읽는 것이 좋을까?

  글자는 잘고 그림은 아름다웠습니다.

  세상에는 교과서뿐이었던 그 시절에 이런 책을 보았다면 나는 정말 헤어날 길을 찾지 못했을 것입니다.

 

 

 

 

 

 

 

 

  1. 변형 4*6배판? 12·7×16·0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