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것 같았습니다. 지하철역이 가까워서 여유를 부리며 걷는데 바로 옆에서 고운 음성이 들렸습니다.
"이 길로 쭈욱 가셔서요……."
꽃집 새색시였습니다. 앞치마 차림으로 스마트폰 지도를 들여다보며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고, 그렇게 들어서 그 설명을 외울 수 있을까 싶은 할머니는 나 같으면 그 고운 설명을 꼼꼼히 들을 텐데 몸이 자꾸 앞쪽으로 나가려고 했습니다.
나는 일부러 그 새색시에게 물어서 찾아갈 만한 곳도 없고 그렇다고 꽃을 살 일도 떠오르지 않아서 안타까웠습니다.
'어디 축하 화분을 보낼 데는 없나?'
퇴임한 지 오래되어 지금 그런 걸 보내면 상대방은 오히려 의아해하거나 어색해할 것입니다.
'이 사람이 갑자기 웬일일까? 엉뚱하게 무슨 새 출발을 꿈꾸나?……'
축하 화분을 보낼 수 있었던, 그 수많은 날들이 바람처럼, 강물처럼 불어 가고 흘러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