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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분꽃 기억

by 답설재 2017. 9. 14.

 

 

 

 

 

누나네는 우리 동네에 살았습니다.

누나들은 나이가 차면 한 명씩 한 명씩 차례대로 떠났습니다.

건넌방에서 혼자 지내면서 완전히 예뻐지면 마침내 마당에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잔치를 벌였습니다. 그렇게 하여 그 누나가 사라지면 다시 그 아래 누나가 그 방에 들어갔고, 그렇게 두어 해 지내다가 떠나고 또 떠나고 했습니다.

누나들이 떠난 한적하고 썰렁한 방의 설합 속에는 늘 가루분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나는 그 가루분이 분꽃 가루 같았고 그건 심각하게 따져볼 일도 아니었기 때문에 내내 그렇게 짐작하고 있었는데, 어제 어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다가 마당 가의 분꽃 무더기를 보는 순간 누나들은 분꽃 가루로 분을 바른 건 아니라는 걸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 누나들은 나를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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