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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달밤」

by 답설재 2017. 8. 6.









                               달 밤



                                                                   정 양



떠난 사람 보고 싶어서

풀들은 더 촘촘히 돋아나

텃밭도 마당도 장독대도 두엄자리도

아무 데도 안 가리고 우거지더니

우거지다 지친 풀들 길 잃고

아무데나 드러눕는 빈집에

달빛이 가득 고였다

한세상 번번이 길 잘못 들어

돌아올 길 영영 잃어버린 얼굴이

달빛 쓰러지는 풀밭에 드러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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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  1942년 전북 김제 출생. 1968년 『대한일보』 등단. 시집 『까마귀떼』 『수수깡을 씹으며』 『빈집의 꿈』 『살아 있는 것들의 무게』 『눈 내리는 마을』 『길을 잃고 싶을 때가 많았다』 『나그네는 지금도』 『철들 무렵』 『헛디디고 헛짚으며』 등. 〈백석문학상〉 〈구상문학상〉 등 수상.



『現代文學』 2017년 7월호 92~93.











  떠난 사람 보고 싶은 건 사오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긴 하지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함 없을 시인이 아니면 이만큼 생생하진 않을 것이다.


  "한세상 번번이 길 잘못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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