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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창신강(常新港) 장편소설 《나는 개입니까》

by 답설재 2017. 3. 2.

창신강(常新港) 장편소설 《나는 개입니까》

전수정 옮김, 사계절 2011

 

 

 

 

 

 

 

소년으로 변신한 개가―카프카의 『변신』에서는 사람이 벌레가 되었지만― 세상의 온갖 일들을 경험해가는 이야기입니다.

 

뢰하는 사람은 사랑해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흉보고 의심하고 질시하고 속이고 싸우고, 잘못한 일이 없으면서도 비굴하게 웃고……. 그러니까 '지하세계'(시궁창)에서 맨홀을 통해 올려다보던 눈 내리는 모습, 들려오던 음악으로 동경하던 '인간세상'의 실상은 아름다운 곳이라기보다는 개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시궁창' 같은 곳, '슬픈 곳'으로 드러납니다.

 

그렇지만 인간 특유의 순수함을 발견하고 "그 눈빛에는 인간 세계로 온 것을 영원히 후회하지 않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하고, 끝내는 자신의 마음 속에 스며든 한 아름다운 인간(생명)의 영혼을 찾아 다시 새로운 길을 나선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몇 시간 동안, 생각하고 말고 할 것도 없는 문장들을 따라가며 '내가 지금 이런 책을 왜 읽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다 읽은 것은 다행인지 아닌지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살아오면서 더러 '나는 전생에 개였던 것은 아닐까?' 싶어했고, 혼자 생각하기에 그게 정말이라 해도 그리 끔찍하게 여겨지지도 않았던 것을 떠올리면 이 이야기도 터무니없는 건 아니겠지만, 읽다가 보니까 이런 책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