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입춘(立春)
고양이 두 마리가 놀다 갔다.
털빛이 서로 다른 그 한 쌍은 신이 난 것 같았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사이도 좋았다.
부러운 것들…….
그들도 곧 봄인 걸 알고 있겠지.
달력을 보고 나왔으면 내일이 입춘이란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걸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사는 건 그렇게 신나는 일인데…….
아내는 아직도 "이것 좀 봐요" "저것 좀 줘요" 하는데
나를 "여보!" 하고 부르거나 "○○씨!" 해본 적도 없는데
나는 사정없이 사그라들고 있다.
'사정없이' 아득해지고 있다.
더구나 입춘, 우수(雨水)……
그렇게 달려가는 걸 나는 또 숨 가쁘게 따라가야 할 것이다.
내려도 좋을 때까지, 혹은 내려야만 할 때까지…….
준비운동도 하지 못한 채 헉헉거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 달려서 다시 연말이 오고, 추위가 몰려오면
한 해가 간다며, 다시 한 해가 온다며
결코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을 달려가고 있다는 걸 더 확실하게 깨달을 것이다.
그때도 내가 남아 있다면…….
고양이 두 마리가 신이 나서 그걸 알려주고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