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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700만의 꿈을 물어보는 교육(2017.1.16)

by 답설재 2017. 1. 16.

전국의 유아들과 초·중·고 학생들을 합하면 약 700만이다. 이들에게 핵심이 되는 지식을 잘 암기시키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그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애들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래야 장차 잘 살 수 있다고 확신한다. 교육의 관건은 학생 간 경쟁이라는 것도 그들의 신념이다.

 

그들은 그런 지식에 정통한 사람들이 만든 교과서 내용을 잘 설명해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고 교육의 거의 전부라고 여긴다. 그들은 가령 "학생의 적성과 소질에 맞게 진로를 개척하며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이 고등학교 교육목표라면, EBS 수능방송, 대입 수능시험 문제의 내용들을 철학적·교육적으로, 고상하게 종합 정리한 결과가 그것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우리 교육은 그런 이들 때문에 한없이 일그러져 서울대 법과의 어느 학생은, 최근 기회 있을 때마다 꼭꼭 인용되는 기막힌 역설을 토로하였다. "예전에는 중요한 내용만 골라서 필기했거든요. 그러다가 시험에서 크게 당했어요. 그다음부터는 웬만하면 다 써요. 교수님이 그냥 우스갯소리로 하신 것까지도 다."("서울대에서는 누가 A+을 받는가").

 

초중등학교든 대학이든 교육이 겨우 그런 것이라면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엘리트로서의 교사·교수들이 굳이 그렇게 많을 필요가 없다. 원격교육 시스템, 교육 정보화 등 관련 환경이 급속도로 발달하여 핵심내용을 잘 설명할 해설가가 몇 명만 있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유·초·중·고 학생 700만 명, 대학생 300만 명의 꿈을 일일이 묻지 않으려면 교사, 교수가 그렇게 많아야 할 이유, 많을수록 유리할 이유가 없다.

 

그럼 어떻게 700만, 1천만 명이 각자의 꿈을 이루게 하는 교육을 할 수 있나? 무슨 좋은 수가 있나? 어려울 것 없다! 학생들 전체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려들지 말고 저 학생들 하나하나가 각자 자신의 공부를 하도록 안내만 잘해주면 된다. 물론 우리나라 학생,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알아야 할 지식이 없는 건 아니다. 당연히 있다. 그러나 그건 교과서와 참고서 등 개별적인 교재 읽기, 방송 청취로써 대부분 성취할 수 있다. 교원들이 정말로 힘써야 할 일은 학생들 하나하나가 그들의 꿈을 엮어가게 하는 일이다.

 

"내 설명을 잘 들어야 한다!" "나를 따르라!"는 건 물 건너간 방법이다. 한 교실의 학생수가 60명이 넘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던 시대가 우리의 역사 속에 있긴 있었으나 이젠 추억거리일 뿐이다. 심지어 서너 명을 앉혀 놓고도 그때처럼 "내 얘기를 들어라!" 하면 제대로 먹혀들 리가 없다. 그래서 TV 화면을 보면 학생들이 정숙한 태도로 교사의 설명을 듣는 우리나라 수업 장면은 어색하고, 개별 혹은 소집단별로 작업을 진행하는 다른 나라 교실은 재미있고 활동적으로 보인다.

 

우리는 책이나 인터넷 같은 데서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지식들을 애써서 주입하고 그런 나라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꿈을 가꾸어가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이른바 '수용적 사고력'에 의존하는 교육에 그치는데 비해 저들은 '비판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학습을 하고 '창의적 사고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생산인구, 2020년부터 연 30만 명씩 감소" "올 신생아 일제 때보다 적어" "15년 뒤 인구절벽" "지난달 출생아 수 사상 최저" "5년 미만 신혼부부 35%가 애 안 낳아" "50년 뒤 노인비중 세계 최고" "15년 후 고교생 1/3 사라진다"… 지난 연말부터 줄은 잇는 인구절벽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영재교육 3%! 5%!" "한 명의 천재가 수십만을 먹여 살린다"는 말을 하던 시대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속에 남아 있다면 그에겐 아무래도 학생들 전체를 잘 가르칠 의향이 별로 없는 것이 분명하다. 그는 '쓸 만한 인재를 찾는 것이 교육'이라는 비인간적이고 몽매한 관점을 지녔을 가능성이 있다.

 

 

 

 

                                                                                                    2013.1.25.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