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서점 출입구 위의 저 독서상(讀書像)은 아무래도 불편해 보였습니다.
웬만한 사람은 눈길이 가지 않을 높이여서 눈여겨본 사람이 없을 듯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다 봤을까요? 나는 할 일이 별로 없어서 쳐다보지 않을 만한 곳도 없었습니다.
하늘도 자주 올려다보았습니다. '거기서 뭐 하세요? 전요, 퇴임을 해서 쓸쓸하거든요? 어떻게 좀 무슨 수가 없을까요? 심심하시면 저 좀 그곳으로 영영 데려가시든지요.'
마침 그 서점 직원인 듯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2
"저기요. 여기 직원이세요?"
"네, '고갱'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도와주시지 않아도 되고요. 저기 좀 보세요."
"? ……. 그런데요?"
"저 여성이 지금 쓰러져 있잖아요."
"글쎄요……. 일부러 저러고 있는 것 아닌가요? 저게 정상이 아닐까요?"
"아니죠! 잠시 저렇게, 책을, 저 벽에 머리를 기댄 채 읽을 수는 있겠지만 계속 저렇게 할 필요는 없고 저러고 있는 건 무리가 아니겠어요?"
"? ……."
"보세요. 전 지금 책 읽는 일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잘 알아요. 저건 비정상이 분명해요. 아무래도 불편하지 않겠어요?"
"알겠습니다! 일단 다른 직원에게 '고갱님' 생각을 전달하겠습니다."
3
"알겠습니다!"라고 할 땐 "지금 제가 올라가서 똑바로 앉히겠습니다!"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에이, 저렇게 확신이 없어서야 원…….'
'매사에 신중한 게 좋다는 건가?'
'하기야 일부러 저렇게 세워놓은 조각품이 없진 않지. 피사의 사탑도 있는 세상에……. 피사의 사탑이라……. 그건 思塔인가? 아니지, 斜塔이겠지? 분명히 斜塔이지!'
4
며칠 후, 저 독서상은 똑바로 앉아 있었습니다.
'휴우, 당신 때문에 일어나 앉을 수 있었어요. 이렇게 똑바로 앉으니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땐 왜 똑바로 앉아서 책을 읽게 해야 한다는 걸 그렇게 못마땅하게 여겼나요?'
'ㅋㅋㅋ....... 그거요? 못마땅하기는요. 전 성미가 그래요. 일쑤 그렇게 어깃장을 놓어요. 저와 헤어진 뒤, 제가 학교를 떠난 뒤에라도 잘 생각나도록 하려고요. 그렇게 했는데도 그들은 내가 학교를 떠난 이튿날 당장 다 잊고 말았지만……. 이제 십 년이 가까워지니까 혁신학교다 뭐다 하는 곳에서는 그때 제가 하자는 것 중에서 두어 가지를 새로 시작하는 것 같기는 해요. 그것도 위에서 예산을 주면 하는 거니까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 독서 이야기였죠? 우리는 "독서" 하면 당장 엉덩이와 등이 의자에 닿도록 똑바로 앉아서 눈과 책 사이의 거리는 30센티미터, 어쩌고 저쩌고 그런 것부터 얘기하거든요? 그러다가 세월 다 가는 거죠. 독서의 계절이니 뭐니 하다가 말고……. 전 그게 정말 정말 못마땅했어요. 아이들이 책을 읽게 되거든 그때 똑바로 앉게 해주면 될 일을 가지고 아직 책을 들지도 않은 애들에게, 심지어 책을 주지도 않고, 그 뭘 하자는 짓거리들인지 원……. 침대에 엎드려서, 창에 기대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책을 읽는 아이를 한번 보세요.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아이들이 그리운가요?'
'아, 그럼요! 눈물겹지요. 영영 헤어졌으니까요. 다시는 만날 수 없으니까요. 그들은 저를 다 잊고 말았으니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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