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작별(作別)

《고맙습니다Gratitude》Ⅱ(抄)

by 답설재 2016. 8. 14.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고맙습니다Gratitude》 Ⅱ(抄)

김명남 옮김, 알마 2016

 

 

 

 

 

 

* 아쉬운 점은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그리고 지금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17)1

* 나로 말하자면 내가 사후에도 존재하리라는 믿음이 (혹은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혀 없다. 그저 친구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남길 바라고……(18)2

* 반응이 살짝 느려지고, 이름들이 자주 가물가물하고,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한다.(19)3

* 크릭은 대장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처음에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냥 일 분쯤 먼 곳을 바라보다가 곧장 전에 몰두하던 생각으로 돌아갔다.(19)4

* 여든 살이 된 사람은 긴 인생을 경험했다.(20)5

                                                                                                                                                   〈수은 Mercury〉

 

* 그6는 예순다섯 살에 자신이 곧 병으로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1776년 4월의 어느 날 하루 만에 짧은 자서전을 쓴 뒤 그 글에 '나의 생애'라는 제목을 붙였다.(26)7

* 진짜 앙심이라고 할 만한 것은 품지 않겠지만, 차마 내 입으로 (나를 아는 다른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성격이 온건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27)8

* 남은 시간 동안 우정을 더욱 다지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글을 좀더 쓰고, 그럴 힘이 있다면 여행도 하고, 새로운 수준의 이해와 통찰을 얻기를 희망하고 기대한다.

* 더불어 약간의 재미를 누릴 시간도 (바보짓을 할 시간도) 있을 것이다.(28)9

* 더는 매일 밤 〈뉴스아워〉를 시청하지 않을 것이다. 더는 정치나 지구온난화에 관련된 논쟁에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 이것은 무관심이 아니라 초연이다. 나는 중동 문제, 지구온난화, 증대하는 불평등에 여전히 관심이 깊지만, 이런 것은 이제 내 몫이 아니다. 이런 것은 미래에 속한 일이다.(28)10

                                                                                                                                                      〈나의 생애 My Own Life〉

 

* 지난 2월 내가 전이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글로 밝힌 뒤, 나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 대단히 기쁘고 고맙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중 무엇도 별이 총총한 밤하늘만큼 내게 강하게 와 닿은 일은 없었다.(35~36)11

* 지금까지는 외면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아프다는 것을 나도 안다.(38)12

                                                                                                                                     〈나의 주기율표 My Periodic table〉

 

* 어둠이 내리기 직전, 어머니는 의식용 초를 켜고 손바닥을 동그랗게 모아 불꽃을 감싸고는 나지막하게 기도문을 읊조렸다.(46)

(…)

*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곧장 말했다. 이튿날 아침, 어머니는 경악스런 표정으로 내려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혐오스러운 것.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어머니는 틀림없이 레위기의 이 구절을 떠올렸을 것이다. "누구든 여자와 한자리에 들듯이 남자와 한자리에 든 자가 있으면 두 사람은 혐오스러운 짓을 한 것이니, 그들은 반드시 죽임을 당할 것이고 피를 흘려야 마땅할 것이니라.")

우리는 그 문제를 두 번 다시 언급하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가혹은 말은 내게 종교가 얼마나 편협하고 잔인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49)13

* 그날 안식일의 평화, 세상이 멈춘 평화, 시간 밖의 시간이 주는 평화는 꼭 손에 잡필 듯했다. 주변 모든 것에 평화가 스며 있었다. 나는 어쩐지 노스탤지어에 가까운 애석한 감정에 젖어서 자꾸 '만약에'를 떠올렸다. 만약에 A와 B와 C가 달랐더라면 어땠을까? 만약에 그랬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어떤 삶을 살았을까?(55)

* 2014년 12월 나는 자서전 《온 더 무브》를 마무리해 출판사에 원고를 넘겼다. 그때만 해도 불과 며칠 후 내가 9년 전에 눈에 발생했던 흑색종으로 인한 전이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나는 그 사실을 알기 전에 자서전을 마무리한 것이 기쁘다. 그리고 평생 처음으로 세상을 숨김없이 마주해서 내 내면에 죄책감 어린 비밀을 가둬 두지 않은 채, 나의 성적 취향까지 솔직하게 밝힐 수 있었던 것이 기쁘다.(55)14

                                                                                                                                                           〈안식일 Sabbath〉

 

 

 

 

........................................................................................................

 

  1. 세월이 가는 걸 지켜보기
  2. '혹이나……' 하고 미련 같은 걸 갖지 않기
  3. 그것 봐!………… 
  4. 그렇게 할 수 있겠지? 
  5. 그렇지 않아? 충분하다는 얘기.
  6. 철학자 데이비드 흄. 
  7. 올리버 색스의 이 글 제목도 '나의 생애My Own Life'다. 물론 《온더무브On The Move》가 있긴 하지만. 새겨 들어야 한다.

  8. 문제…… 얼른 생각해야 한다.
  9. 이것도 문제 투성이
10. 우선 명심할 것! 자제할 것! 정리해버릴 것! 시도할 것!
11. 누구라도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가능한 일로 만들 수 있어야 할 뿐이다.
12. 외면하고 지낼 수 있는 이런 날들의 행복!
13. 나도 이 인간사회의 일원이므로 그에게 거의 유일하게 미안하게 여길 만한 것. 그러나 그는 2014년 봄, 사촌 마저리의 초청으로 그의 연인 빌리와 함께 이스라엘의 정통 유대교 친척들을 만났고 다음(55쪽)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다행한 일.
14. 내가 바라지 않는 것들은 내가 가장 난처한 순간, 내가 가장 싫어할 순간에 찾아온다는 것. 한창 일에 바쁠 때는 '이 일만 끝냈을 때' '이 일만 끝났을 때'……라고 바라지 않았는가.

 

 

'작별(作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별(訣別)  (0) 2020.09.26
오면서 가는 저 가을  (0) 2016.11.08
한국교과서연구재단을 떠나는 인사  (0) 2015.06.24
'이러다가 가겠지?'  (0) 2015.04.18
모두 떠났다  (0) 2015.01.04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