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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작별(作別)

'이러다가 가겠지?'

by 답설재 2015. 4. 18.

 

블로거 '강변'에서 보는 봄

 

 

 

 

1

 

묵현리 산다는 아주머니의 자동차가 신호에 걸려 서 있는 내 자동차 뒷부분을 들이박았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쓰리고, 병원에 드나들던 그때 같아서 종일 죽을 맛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차야 중고니까 굴러가기만 하면 그만이지만, 막혀버린 통로를 철망으로 뚫어준 내 심장이 충격을 받았구나.'

 

그러다가 다시 생각했습니다.

'차는 중고라도 아직 잘 굴러가는데…… 나는 이제 잘 굴러가지 못하는구나.'

 

묵현리 그 아주머니는 걱정이 되어 문자도 한 번 보내고, 전화도 두 번을 했습니다. 사고를 냈을 때 쳐다보니까 못된 아주머니 같았는데 이러는 걸 보니까 내가 잘못 본 것 같았고, 괜히 오해한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자꾸 연락을 해서 차를 들이받아 괴롭히고 이제 전화로 추가하는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2

 

밤이 깊어지자 병신 같은 가슴도 좀 진정이 되는 것 같긴 했지만 아무래도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죽는 것일까? 오후에는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꼭 심장이 상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그런 충돌로써 자동차 안에서 죽을 수도 있고, 또…… 하여간 떠날 준비를 더 잘, 차근차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3

 

제자 J가 전화를 했습니다. 몇 가지를 묻고 내 질문에 대답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확인했습니다. "안 아픈 거죠?"

교통사고 얘기가 아니고 그냥 안부여서 나는 끄떡없다고 했습니다.

 

J는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너무너무 그리워요."

"응, 나도 네 생각 많이 해."

 

J는 또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선생님, 보고 싶어요. 제발 죽지 말아요."

"알았어! 너 만나기 전에는 죽지 않을게."

 

 

4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블로거 강변님이 나의 글 "선생님, 죽지 말아요!"에서 이 부분을 인용하고, 거기에 아름다운 봄 사진 몇 장과 음악을 붙여서 나의 제자 그 J의 마음만큼 그리운 포스팅을 해 놓은 걸 봤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 블로그가 지금은 친구 공개로 바뀐 것입니다.

 

강변이야기 ☞ http://blog.daum.net/kkjriver/8498915

 

J가 죽지 말라고 했으므로 죽지 않는 것도 아니고, 죽지 말라는 J의 부탁에 따라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우습습니다. '정말로 죽지 않는 선생님'이 있다면 그 선생님도 '웃기는 선생님'일 것입니다.

 

다만 나는 예전에 J에게 가르쳐준 게 너무 없어서 한번 만나서 "미안해, 정말" 하고 말해 주어야 할 것 같고, 지금이라도 뭘 좀 줄 게 없는지 생각도 해보고 싶긴 합니다.

그렇게 하고나서 죽어야 마음이 조금이라도 깨끗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