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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그 떡집

by 답설재 2016. 8. 2.

 

 

 

 

  모처럼 만날 사람에게 들고 갈 만한 것을 생각하며 걸어가다가 그 떡집을 발견했습니다.

  자주 다니는 길인데 그 떡집을 처음 봤으니 이상한 일입니다.

  '이게 웬 떡인가!' ^^

 

  그 떡집 아주머니에게 이것저것 내가 먹고 싶은 종류를 가리키며 즐거웠습니다.

  돈도 몇 푼 들지 않고 마치 책을 고를 때처럼 사치를 부린 것입니다. 

  선물용 스티로폼 박스가 좀 작았습니다.

  계산해 달라고 했더니 연분홍 보자기에 싸고 네 귀를 맞추어 잡아매었습니다.

  이제 끝났는가 싶었는데 잡아맨 것이 꽃처럼 보이도록 매만졌습니다.

  재바르고 정성스럽게 매만지는 그 아주머니의 손놀림을 바라보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떡 보자기를 받아 든 사람이 "뭘 이런 걸 다 가져오셨느냐?"고 했습니다.

  오늘 새벽에 만든 맛있는 떡이라는데 내 마음대로, 내가 먹고 싶은 걸 골고루 넣었다고 했습니다.

 

  그 떡집에 또 가야 하는데 며칠을 기다려도 만나자는 사람이 영 나타나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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