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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옛날의 별들

by 답설재 2016. 8. 16.

Kepler Watches Stellar Dancers in the Pleiades Cluster. Aug. 13, 2016(NASA)

Perseid Meteor Shower 2016 from West Virginia. Aug. 12, 2016(NASA)

 

 

 

 

나의 세상은 아직 까마득하던 시절,

세상은 절대적으로 평화롭고 합리적인 곳이어서 무기를 들이대는 엉터리 집단은 곧 사라질 수밖에 없고, 남을 괴롭히면서까지 돈을 밝히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그릇됨을 깨닫게 되거나 곧 무거운 벌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던 시절,

그 여름밤, 마당 한가운데에 깔아놓은 멍석에 누워 올려다보던 그 '옛날의 별들'이 그리워집니다.

 

NASA의 재주가 아무리 좋다 해도 그 시절의 그 밤하늘을 보여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신비로움까지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가 나올 리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내가 전이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글로 밝힌 뒤, 나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 대단히 기쁘고 고맙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중 무엇도 별이 총총한 밤하늘만큼 내게 강하게 와 닿은 일은 없었다.

                     -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고맙습니다Gratitude》(김명남 옮김, 알마 2016), 35~36.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는 "생각하면 할수록 놀라움과 경건함을 주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내 위에서 항상 반짝이는 별을 보여 주는 하늘이며, 다른 하나는 나를 항상 지켜 주는 마음속의 도덕률이다"라고 쓴 바 있다. 이것은 전혀 새로운 말이 아니다. 인류사를 살펴보면 우리는 다음 두 가지를 항상 최고의 가치로 꼽고 있다. 첫째, 지성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지성은 하늘의 별이 왜 빛나는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힘이다. 둘째, 무엇이 옳고 그르며 좋고 나쁜지 구분해 주고 도덕률로 우리를 안내하는 도덕성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지성과 도덕성 때문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1

                     - 마크 롤랜즈, 《철학자와 늑대》(강수희 옮김, 추수밭 2016), 111.

 

 

 

 

단순하긴 하지만 압도적으로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생애를 지배해왔다. 사랑에 대한 갈망과 지식의 탐구, 그리고 인류가 겪는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열정이 마치 거센 바람처럼 제멋대로 나를 몰고 다니면서 번민의 깊은 바다를 이리저리 헤매게 했고 절망의 극한에까지 이르게 했다.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의 삶을 그렇게 요약했다. 그는 먼저 사랑을 추구해온 열정을 설명한 다음 지식의 탐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썼다.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다. 별이 빛나는 이유를 이해하고 싶었다.

                       - 버트런드 러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최혁순 옮김, 문예출판사 20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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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러나 철학자 마크 롤랜즈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이어서 이렇게 썼다. - 그러나 이성과 도덕은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 여신처럼 처음부터 완벽하지는 않았다. 인간의 이성은 놀랍고 독특하지만 폭력과 쾌락 추구의 욕구 위에 세워진 구조물이기도 하다. (중략) 근거·증거·정당화·보장, 정말 사악한 동물들에게만 필요한 개념이 아닌가? 불만이 많을수록 더 사악해지고, 화해에 무감할수록 정의는 더욱 필요해진다. 자연계에서 유일하게 영장류만이 도덕적 동물이 되기에 충분할 만큼 불만으로 가득하다. / 최고의 상태는 최악의 상태에서 나온다. 그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그러나 마음속에 새겨둘 만은 하다.(1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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